올해 목포 시민의 상(지역사회 봉사 부문)을 수상한 이상진씨(73)의 숨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화제다.

그는 별나고 독특한 사람이다. 그가 걸어온 인생길이 그러하다. 그의 공식 직함은 목포 금호장례식장 대표. 하지만 정치인들 명함이 부럽지 않을 만큼 직함이 많다. 한때 20개를 넘었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사회활동을 펼쳤다. 7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지금도 열정은 20대 못지않다.

그의 지역사회 봉사는 이 같은 열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나눔에도 헌신적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인간문화재’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팔자에 재복이 없어 버는 쪽 쪽 나눔을 실천한다’는 그의 신조이자 생활철학 덕분이다.

그는 “곳간은 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채워진다”고 했다.

그를 만나고 난 이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의 별나고 독특한 이력은 장례식 내에 미술관을 개관한데서도 드러난다. ‘장례식장에 미술관?’이라는 통념과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리고 지난 5월 장례식장 2층에 연중 상설 전시관인 금호미술관을 오픈했다.

전국 최초 장례식장 미술관인 셈이다. 현재 미술관에는 동·서양화 작품을 비롯한 조각상, 도자기, 벼루 등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 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3층과 서재에 가면 벌어진 입이 닫힐 줄 모른다.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모를 정도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심지어 복도에도 각종 수집품들이 사열하듯 이렬 횡대로 전시돼 있다.

그는 “평소 모았던 예술작품들을 여러 사람들이 향유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슬픔에 빠진 유족이나 조문객들에게 잠시라도 위안을 주기 위한 것이 미술관을 열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그의 수집 이력은 거의 병에 가깝다. 지난 2000년 때부터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의 수집품들은 동·서양화에서 도자기, 조각상, 병풍, 족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장르도 국경도 초월했다. 이렇게 모인 것이 1000여 점이 넘는다.

그의 많고 많은 봉사활동 중 가장 돋보이는 활동은 지난 2012년 지역아동센터 후원회를 전국 최초로 조직한 것이다. 후원회 발족 당시 사재 2000만원을 털었으며, 지금도 매년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내놓고 있다. 이 돈으로 장학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꿈은 내년에 장례식장 옆 부지에 100∼120㎡ 규모의 건물을 지어 공식인가 받은 미술관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 미술관을 지역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무료대관과 함께 소장품들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전액 지역아동센터 후원회 후원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목포=고규석기자 yous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