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송호마을] 청정바다 해남 송호마을 ‘전복의 축복’
2016년 10월 14일(금) 00:00 가가
조수간만 차 좋아 전복 양식 최적 … 51농가 ‘바다의 보물’ 키우며 고수익
생업·음식·문화 어우러진 ‘킬러 콘텐츠’ 풍성 … 브랜드 개발·마케팅 박차
생업·음식·문화 어우러진 ‘킬러 콘텐츠’ 풍성 … 브랜드 개발·마케팅 박차
46ha의 양식장에서 51가구가 가구당 250칸씩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송호어촌계는 6차 산업화 시범사업 이후 주민 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전복이 많아 복이 많은 어촌이 있다. 그곳에선 다 같이 행복한, 아니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가 느껴진다. 한마디로 행복한 마을이다.
해남 송호마을. 전복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다. 전복은 단순히 마을의 대표 수산물이라는 틀에 박힌 수사를 넘는다. 전복(全鰒)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인식을 ‘전복(顚覆)’시키는 마을의 브랜드다. 문화적으로 표현하면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주민의 생업과 음식, 문화가 전복으로 수렴되고 발현되니 말이다.
송호마을은 해남 땅끝 일원에 자리한 풍광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와 호수 같은 바다가 펼쳐진 지형은 ‘송호(松湖)’라는 지명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름처럼 그림 같고, 청량하며, 시원한 마을이다. 나지막이 마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그러나 마을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선 배를 타고 너른 바다로 나가야 한다. 바다 한복판에서 뭍을 향해 포물선을 그린 해안을 가늠해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고운 모래밭 사이로 수백 년 된 해송(海松)과 노송(老松)의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들어온다. 해풍이 빚은 소나무에선 천진하면서도 우아한, 더러는 강직한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송림을 적시는 바람과 모래밭을 적시는 푸른 물결에 시나브로 바다와 뭍의 경계가 지워진다.
마을주민인 김경수(47)씨는 “송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많이 온다. 모양과 크기가 각양각색이어서 어느 위치에서 찍어도 멋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여름에는 가족이나 연인, 동호회원들이 송림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긴다”며 “정주여건도 좋아 주민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인다.
천혜의 지형을 갖춘 송호마을이 왜 다복한 어촌인지를 알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의 은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다의 보배’라는 전복까지 ‘하사’했으니 참으로 복 받은 마을이요, 다복한 마을이다.
올해로 18년째인 전복 양식이 어촌의 주 수입원이 됐다. 46ha의 양식장에서 51가구가 바다의 보물을 기른다. 가구당 전복집(셀타)을 250칸씩 양식하는데 순수익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송호마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어촌 6차사업화 시범마을에 선정돼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잖은 장래에 전복(全鰒)이 주민들 모두에게 ‘전복(全福)’이 될 것 같은 예감을 주는 건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청정 갯벌로 유명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좋아 전복 양식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태풍이나 자연재해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크레인배로 전복을 수확하는 박기환(38) 어촌계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넘친다. 청정 갯벌에서 키웠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단다. 완도 전복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 전복 양식장 옆에는 다시마·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해초류를 먹이로 사용하는 전복이 고단백 영양식품인 것은 불문가지다.
전복을 수확하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새벽 5시에 나와 오전까지 일을 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본격적인 출하 시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3년 이상 된 성패가 씨알도 굵고 상품성도 높다고 한다.
“이것 좀 드셔 보시요.”
박기환 어촌계장이 크레인으로 끌어올린 전복을 씻어서 건넨다. “듬성듬성 썬 것보다 통째로 먹는 게 맛이 좋아요” 푸른빛을 띤 자갈색의 전복을 건네며 그냥 먹으라고 채근한다.
일러준 대로 전복을 베어 먹는다. 오독오독 씹히는 순간 물큰한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오들오들하고 쫀득쫀득하다. 아니 꼬들꼬들하고 아삭아삭하다. 형용할 수 없는 식감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짭짤한 맛이 어느 결에 담백한 맛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단맛으로 이어진다. 얼마 후 이 맛은 모든 미감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으로 전이된다. 횟집에서 가지런히 썰어낸 전복을 아껴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한마디로 지금까지 맛보았던 바다의 맛을 ‘전복’시키는 풍미다.
전복 하나로 흔들리는 갑판에서 화려한 만찬을 즐겼다. 전복을 먹었다기보다 ‘바다를 먹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눈을 들어 해안을 바라본다. 먼 바다에서 보이는 해안 너머의 풍경은 정밀한 산수화를 닮았다. 땅끝 송호마을에서 신선이 된 기분이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해남 송호마을. 전복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다. 전복은 단순히 마을의 대표 수산물이라는 틀에 박힌 수사를 넘는다. 전복(全鰒)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인식을 ‘전복(顚覆)’시키는 마을의 브랜드다. 문화적으로 표현하면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주민의 생업과 음식, 문화가 전복으로 수렴되고 발현되니 말이다.
그러나 마을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선 배를 타고 너른 바다로 나가야 한다. 바다 한복판에서 뭍을 향해 포물선을 그린 해안을 가늠해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고운 모래밭 사이로 수백 년 된 해송(海松)과 노송(老松)의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들어온다. 해풍이 빚은 소나무에선 천진하면서도 우아한, 더러는 강직한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송림을 적시는 바람과 모래밭을 적시는 푸른 물결에 시나브로 바다와 뭍의 경계가 지워진다.
올해로 18년째인 전복 양식이 어촌의 주 수입원이 됐다. 46ha의 양식장에서 51가구가 바다의 보물을 기른다. 가구당 전복집(셀타)을 250칸씩 양식하는데 순수익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송호마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어촌 6차사업화 시범마을에 선정돼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잖은 장래에 전복(全鰒)이 주민들 모두에게 ‘전복(全福)’이 될 것 같은 예감을 주는 건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청정 갯벌로 유명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좋아 전복 양식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태풍이나 자연재해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크레인배로 전복을 수확하는 박기환(38) 어촌계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넘친다. 청정 갯벌에서 키웠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단다. 완도 전복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 전복 양식장 옆에는 다시마·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해초류를 먹이로 사용하는 전복이 고단백 영양식품인 것은 불문가지다.
전복을 수확하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새벽 5시에 나와 오전까지 일을 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본격적인 출하 시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3년 이상 된 성패가 씨알도 굵고 상품성도 높다고 한다.
“이것 좀 드셔 보시요.”
박기환 어촌계장이 크레인으로 끌어올린 전복을 씻어서 건넨다. “듬성듬성 썬 것보다 통째로 먹는 게 맛이 좋아요” 푸른빛을 띤 자갈색의 전복을 건네며 그냥 먹으라고 채근한다.
일러준 대로 전복을 베어 먹는다. 오독오독 씹히는 순간 물큰한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오들오들하고 쫀득쫀득하다. 아니 꼬들꼬들하고 아삭아삭하다. 형용할 수 없는 식감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짭짤한 맛이 어느 결에 담백한 맛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단맛으로 이어진다. 얼마 후 이 맛은 모든 미감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으로 전이된다. 횟집에서 가지런히 썰어낸 전복을 아껴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한마디로 지금까지 맛보았던 바다의 맛을 ‘전복’시키는 풍미다.
전복 하나로 흔들리는 갑판에서 화려한 만찬을 즐겼다. 전복을 먹었다기보다 ‘바다를 먹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눈을 들어 해안을 바라본다. 먼 바다에서 보이는 해안 너머의 풍경은 정밀한 산수화를 닮았다. 땅끝 송호마을에서 신선이 된 기분이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