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닿아있는 땅끝송호마을.

마을 초입 귀여운 전복 캐릭터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해남 특산물인 전복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체험장을 갖춘 이곳은 전복체험장.

어촌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장 준비가 한창인 이곳에서는 갈비찜, 시래기비빔밥, 샤브샤브, 삼계탕, 삼겹살찜, 짬뽕전골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발한 6종의 전복요리와 월병, 만주, 마들렌 등 3종의 전복빵이 판매될 예정이다.

조개류 가운데 가장 맛이 좋고 귀해 ‘조개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 바닷물의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땅끝전복은 비린내가 없고 고소해 입에 착 달라붙는다.

또 한켠에서는 전복치패를 육성해 직접 먹이를 주고 수확해 볼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전복이 얼마나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담겨 있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전복체험장은 올 하반기 개장 예정으로 땅끝마을과 해수욕장 그리고 캠핑을 하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풍족한 여행의 추억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송호마을엔 해남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다운 노송과 고운 모래가 약 1km 이어진 곳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가 아름답다고 하여 송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해수욕장에서 큰 도로를 건너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 속 민박집들이 띄엄띄엄 위치해 있는데 이 골목 저 골목 걷는 재미가 크다. 남의 집 창고 사정까지 훤히 알 수 있을 것 같은 대문 없는 집. 싱싱한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텃밭. 머리 한쪽만 내밀고 빼꼼히 낯선이의 방문을 예의주시하는 흰둥이의 모습은 정겹기 그지 없다.

골목길을 나서 해안가로 나서는 길 넓은 마당이 인상적인 민박집에 시선이 간다. 지은지 21년이 되었다는 청호모텔민박은 각각 민박과 모텔로 지어진 2개의 건물이 세월의 무게를 더해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바베큐장에는 탁자 대신 평상이 놓여 있는데 마치 시골 외갓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원래는 민박.모텔을 합해 20개의 객실을 운영했는데 현재는 모텔의 객실 10개만 운영하고 있다. 일부를 개조해 3곳에 부엌을 설치했고 그렇지 않은 객실은 2층 넓은 곳에 공동 취사장을 이용하면 된다.

여름 초 성수기 2∼3일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4인기준 요금이 4∼5만원선이라고 하니 착한 가격에 놀라고 방, 욕실, 부엌 곳곳 주인장의 정갈함에 또 한번 놀란다. 창문만 열어도 바다가 일렁일만큼 해변이 지척에 있어 별다른 소지품 없이 물놀이를 즐기다 후딱 뛰어오면 그만일 만큼 위치도 센스 만점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해송의 운치가 그만인 해안가에 먹거리가 없다면 섭섭한 법.

카페와 식당을 겸하고 있는 ‘곰의 집’에서는 이곳 바리스타만의 커피맛을 볼 수 있고 옆자리에 위치한 ‘치킨나라’에서는 ‘치킨’보다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며 여행의 정취를 느끼기 그만이다.

/임수영 기자 sw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