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송호마을] 건강 담아 차린 후덕한 한상 … 陸-海 대표 주자 ‘환상 궁합’
2016년 10월 14일(금) 00:00 가가
‘땅끝 전복’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황칠 육수로 고아낸 전복닭백숙, 전복내장 양념장으로 맛을 낸 황칠전복갈비찜, 오세득 셰프가 전수한 전복시래기비빔밥, 황칠전복삼겹살찜.
땅끝 바다의 건강을 간직한 전복을 맛보기위해 ‘해남 송호마을 전복체험장’을 찾았다. 부엌에 들어가니 전경자(여·62)씨가 전복 특제 양념장을 정성들여 달이고 있었다. 전복내장으로 양념장을 만들고 있던 전씨는 “가만 두면 탈 수 있다”며 그 후로 30분 간 양념장을 계속 저어가며 끓였다. 전씨는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송호마을에서 20여 년 간 식당을 운영해왔다.
8∼10월이 제철인 전복은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 자란다. 바닷물이 깨끗해서 송호마을 어가는 싱싱한 활전복 만을 엄선해 수확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전복은 칼로리가 낮고 지방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다.
전씨는 이날 새벽에 딴 전복을 요리했다. 이 전복은 바다에 좋은 종자를 선별해 뿌려 2년 동안 길러낸 것들이다. 식당 바로 옆에는 외지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전복판매장이 있어 재료 걱정이 없다.
▲전복시래기비빔밥
송호마을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전복요리 가운데 전복시래기비빕밥은 으뜸으로 꼽힌다. 미식가로부터 사랑을 받는 오세득 셰프가 비법을 전수했기 때문이다. 오 셰프는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행사의 하나로 해남 송호마을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전복시래기비빔밥을 개발했다. 전복시래기비빔밥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올해의 바다요리’로 선정됐다.
전복밥에 쓰이는 전복은 내장과 이를 뗀다. 얇게 포를 뜬 전복을 불린 찹쌀에 넣는다. 밥을 할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남은 내장을 다진 양파와 함께 볶은 뒤 고추기름, 간장, 참기름을 섞어 갈아준다. 여기에 미림과 청주를 넣어 깊고 깔끔한 맛을 낸다.
20분 정도 지나자 압력솥의 추가 달라당달라당 소리를 내며 때가 됐음을 알려왔다. 노란 전복이 살포시 얹어진 밥에 윤기가 반지레 흐른다. 전복밥을 사발에 정갈하게 푸고 간장으로 맛을 낸 볶은 시래기를 올린다. 특제 양념장을 부으면 비로소 전복시래기비빔밥이 완성된다. 밥을 잘 비벼 한술 뜨자마자 입 안 가득 시래기 향이 퍼진다. 꼬들꼬들 전복과 고소한 양념장은 조화를 이뤄 씹는 재미를 준다.
▲황칠전복닭백숙
몸보신 하는 데 닭백숙만한 음식이 없다. 여기에 전복을 더하니 말할 것도 없다. 전복닭백숙에는 숨은 공신 황칠이 있다. 전씨는 이웃 갈산마을에서 직접 따온 황칠을 푹 고아 노란 육수를 냈다.
깨끗이 씻은 닭 속에 불린 찹쌀, 대추, 밤, 통마늘을 넣어 여민다. 황칠육수를 부어 센 불로 고아낸다. 한참 끓을 때 전복을 껍질째 통째로 넣어 10분 간 더 끓인다.
전복부터 먹어봤다. 닭에서 나온 기름이 섞여 전복의 쫀득한 맛을 잃을 법도 한데 감칠맛이 여전하다. 입안 전복을 다 씹기도 전에 닭살을 쏙 넣으니 부드러운 속살이 흐무러졌다. 국물은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황칠육수가 전복과 닭의 완벽한 궁합을 만들어냈다.
▲황칠전복갈비찜
전복갈비찜의 생명은 전복내장으로 만든 양념장에 있다. 전복내장과 국간장, 참기름을 각각 1:1:1 비율로 넣고 두 달 가량 냉장 숙성시킨다. 풍부한 식감을 위해 양념장에 전복내장 6㎏을 아낌없이 넣었다. 이때 내장이 터져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달콤하고 매콤한 맛은 조청과 후추, 다진 마늘로 냈다. 숙성된 양념장을 중간 불에 서서히 데우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색도 진해진다.
등갈비를 황칠육수로 삶고 찬물에 씻어낸 뒤 육수로 20여분 또 끓여 황칠이 스며들도록 한다. 갈비가 잘 익었을 때 전복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내장을 뗀 전복은 바둑판 모양으로 칼집을 내 양념이 잘 베게 한다. 밤, 은행, 대추도 솥에 넣어 담백한 맛을 더한다.
전복과 갈비가 수북이 쌓인 접시에 젓가락이 분주하게 오간다. 어느새 한손엔 갈비, 다른 손엔 전복이 들려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황칠전복삼겹살찜
삼겹살찜에도 어김없이 전복내장 양념장이 쓰인다. 전복내장에 밥, 된장, 양파, 고추를 넣어 갈아낸 뒤 냉장 숙성시킨다. 삼겹살은 황칠육수로 삶아낸 뒤 듬성듬성 썬다. 삼겹살에 양념장을 넣고 다시마 육수와 전분으로 되게 끓인다. 그 뒤 전복과 양파, 대파 등 갖은 야채를 넣고 센 불에 볶는다. 전씨가 요리를 하던 중 부엌 뒤편 밭에서 고추를 따와 송송 엇썬다. 그는 “송호마을은 앞엔 바다, 뒤엔 작물을 가꿀 수 있는 벌판이 펼쳐져있기 때문에 지척이 시장이고 냉장고”라며 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다.
전복삼겹살찜은 아귀찜처럼 미나리와 콩나물을 마지막에 넣고 볶는다. 채소가 익으면 참기름으로 버무린 뒤 들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전복과 고기를 함께 먹으면 바다향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육해(陸海) 대표 주자들의 매콤한 맛에 미나리와 콩나물이 아삭하게 씹히는 게 일품이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전씨는 이날 새벽에 딴 전복을 요리했다. 이 전복은 바다에 좋은 종자를 선별해 뿌려 2년 동안 길러낸 것들이다. 식당 바로 옆에는 외지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전복판매장이 있어 재료 걱정이 없다.
▲전복시래기비빔밥
송호마을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전복요리 가운데 전복시래기비빕밥은 으뜸으로 꼽힌다. 미식가로부터 사랑을 받는 오세득 셰프가 비법을 전수했기 때문이다. 오 셰프는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행사의 하나로 해남 송호마을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전복시래기비빔밥을 개발했다. 전복시래기비빔밥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올해의 바다요리’로 선정됐다.
▲황칠전복닭백숙
몸보신 하는 데 닭백숙만한 음식이 없다. 여기에 전복을 더하니 말할 것도 없다. 전복닭백숙에는 숨은 공신 황칠이 있다. 전씨는 이웃 갈산마을에서 직접 따온 황칠을 푹 고아 노란 육수를 냈다.
깨끗이 씻은 닭 속에 불린 찹쌀, 대추, 밤, 통마늘을 넣어 여민다. 황칠육수를 부어 센 불로 고아낸다. 한참 끓을 때 전복을 껍질째 통째로 넣어 10분 간 더 끓인다.
전복부터 먹어봤다. 닭에서 나온 기름이 섞여 전복의 쫀득한 맛을 잃을 법도 한데 감칠맛이 여전하다. 입안 전복을 다 씹기도 전에 닭살을 쏙 넣으니 부드러운 속살이 흐무러졌다. 국물은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황칠육수가 전복과 닭의 완벽한 궁합을 만들어냈다.
▲황칠전복갈비찜
전복갈비찜의 생명은 전복내장으로 만든 양념장에 있다. 전복내장과 국간장, 참기름을 각각 1:1:1 비율로 넣고 두 달 가량 냉장 숙성시킨다. 풍부한 식감을 위해 양념장에 전복내장 6㎏을 아낌없이 넣었다. 이때 내장이 터져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달콤하고 매콤한 맛은 조청과 후추, 다진 마늘로 냈다. 숙성된 양념장을 중간 불에 서서히 데우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색도 진해진다.
등갈비를 황칠육수로 삶고 찬물에 씻어낸 뒤 육수로 20여분 또 끓여 황칠이 스며들도록 한다. 갈비가 잘 익었을 때 전복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내장을 뗀 전복은 바둑판 모양으로 칼집을 내 양념이 잘 베게 한다. 밤, 은행, 대추도 솥에 넣어 담백한 맛을 더한다.
전복과 갈비가 수북이 쌓인 접시에 젓가락이 분주하게 오간다. 어느새 한손엔 갈비, 다른 손엔 전복이 들려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황칠전복삼겹살찜
삼겹살찜에도 어김없이 전복내장 양념장이 쓰인다. 전복내장에 밥, 된장, 양파, 고추를 넣어 갈아낸 뒤 냉장 숙성시킨다. 삼겹살은 황칠육수로 삶아낸 뒤 듬성듬성 썬다. 삼겹살에 양념장을 넣고 다시마 육수와 전분으로 되게 끓인다. 그 뒤 전복과 양파, 대파 등 갖은 야채를 넣고 센 불에 볶는다. 전씨가 요리를 하던 중 부엌 뒤편 밭에서 고추를 따와 송송 엇썬다. 그는 “송호마을은 앞엔 바다, 뒤엔 작물을 가꿀 수 있는 벌판이 펼쳐져있기 때문에 지척이 시장이고 냉장고”라며 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다.
전복삼겹살찜은 아귀찜처럼 미나리와 콩나물을 마지막에 넣고 볶는다. 채소가 익으면 참기름으로 버무린 뒤 들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전복과 고기를 함께 먹으면 바다향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육해(陸海) 대표 주자들의 매콤한 맛에 미나리와 콩나물이 아삭하게 씹히는 게 일품이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