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읍내에서 20여㎞ 가량 승용차를 타고 가면 송호마을이 나온다.

땅끝 마을이자 송호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이 마을은 현재 150여 가구에 250명의 주민들이 전복·김 양식과 마늘·파·감자 등 밭농사 등을 재배한 소득으로 행복한 어촌의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어촌마을 중 하나다.

이 마을의 주 소득원은 전복 양식인데, 어촌마을 주민들의 대변인이자 일꾼인 어촌계장은 다른 해남군 내 다른 마을 어촌계장보다 남다른 점이 있다. 나이가 매우 젊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귀어인 박기환(38)씨다. 지난해 어촌계장으로 선출됐다. 이 마을에서 30대가 어촌계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엔 40∼50대가 주로 맡아했었다. 그러나 어촌계장을 하기 전 2년간 어촌계에서 총무로 활동하면서 그의 성실함을 지켜본 계원들의 성화로 어촌계장을 떠맡았다.

박 계장은 “처음엔 부담감 때문에 (어촌계장을) 거절했는데, 마을 공동 일인 만큼 무작정 손사래를 칠 순 없었다”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마을이 고향인 그는 8년 전 읍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다가 개인적인 일로 체육관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되자 귀어를 결심했다. 그는 귀어 직후 부모님을 도와 전복 양식 일을 하게 됐고, 지금은 개인 소유의 전복 양식장(250칸·한 칸당 가로 2.4m, 세로 2.4m 크기)을 운영해 평균 1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성공 반열에 오르기까지 그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3년 전 태풍 ‘볼라벤’이 불어닥쳤을 때 상당한 양의 전복 양식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피해를 경험한 터라 상심도 컸다. 하지만 무심한 바다만 마냥 바라볼 순 없었다. 어촌계원들과 힘을 한 데 모아 다시 일어설 궁리를 했다. 전복이 잘 자랄 수 있는 조류와 갯벌 등 주변환경을 고른 끝에 기존 전복 양식장에서 직선거리로 10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옮겨 전복 양식을 다시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당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힘을 합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당시 어촌계에서 깨달은 힘(노하우)을 바탕으로 어촌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촌계장이 된 이후 1차 산업을 6차 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양식장에서 생산한 전복을 도매상과 직거래를 통해 전량 소비하고 있지만 향후엔 일반 소비자와 직거래를 점차 늘려 송호마을 전복의 우수성을 전국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전복 생산량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현재 유통 시스템으론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전복소비 촉진을 위한 마을 단위의 가공식품 공장 신축도 계획하고 있다.



/이종행기자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