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낙월도 포구에서 50여보 걸으면 윤진님(여·62)씨의 돌담집이 있다. 포구에서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찾기가 쉽다. 뭉틀하고 반질거리기도 하는 돌 틈에서 음식 냄새가 정겹게 새어나온다.

점심때가 돼 시장하던 차에 방안에는 잔칫날인 것처럼 걸게 한상 차려져있다. 고마움을 표현하자 낙월도 40년차 윤씨는 “만날 먹는 것인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수많은 반찬 가운데 새우젓은 조그마한 종지 속에서도 뽀얀 빛깔을 뽐낸다. 이날은 새우젓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육젓’을 맛봤다. 새우의 산란기인 6월에 담근 육젓은 육질이 토실토실하고 즙이 맑다. 새우젓을 음력 3∼4월에 담그면 춘젓, 5월이면 오젓, 6월이면 육젓, 삼복 이후 9∼10월이면 추젓, 11월이면 동젓, 1∼2월이면 동백하라 한다.

윤씨의 새우젓은 짜지 않고 뒷맛이 개운했다. ‘뭍’에서 온 손님들을 생각해서 새우젓을 물로 한 번 더 헹궜기 때문이다. 또한 생마늘을 넣어 비린 맛을 없앴다.

낙월도 새우젓은 청정 해역에서 난 신선한 새우와 영광의 깨끗한 소금으로 담가냈다. 물도 낙월도 새우젓 맛의 핵심 비결이다. 낙월도는 바닷물을 먹을 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지인들은 이곳에 관광 와서 낙월도 새우젓을 맛보고 사가지 않고는 못 배긴다. 동(冬)새우젓으로 담근 김치는 발효가 잘 되고 비린내가 덜하다.

‘농어찜’도 별미다. 말린 농어를 40분 간 쪄내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맛을 냈다. 윤씨는 오로지 소금으로만 농어를 양념해 좋은 햇볕에 10일 동안 말렸다. 농어를 바닷바람에 널어둬 속살이 퍼석하지 않고 쫄깃한 껍질이 감칠맛을 살린다.

밥맛이 없어 간단히 한 끼 해결하고 싶을 때는 ‘운저리(문절망둑) 포’와 ‘민어 포’만한 찬이 없다. 뼈만 바르고 통째로 일주일 동안 말린 운저리 포를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로 만든 양념장과 버무린다. 잘게 뜯어낸 민어 포는 다른 어포보다 보들보들한 식감을 준다.

굴 무침은 씹기도 전에 목을 넘어간다. 이곳 굴은 낙월도 앞바다의 돌이란 돌에는 다 붙어있다고 말할 정도로 풍부하다.

윤씨의 밥상에서도 양념 게장은 역시 ‘밥도둑’ 노릇을 했다. 몸통을 한입 물자 꽉 찬 속살이 입 안 가득 쏟아져 들어온다. 살이 녹아든 게장 양념을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공기가 뚝딱이다. 여기저기서 게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자 윤씨는 “뭍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매년 빠지지 않고 게장을 담그고 있다”며 귀띔했다.

식사를 끝낸 뒤엔 새우튀김으로 허전함을 달랬다. 머리만 떼고 통째로 넣고 튀겨낸 새우가 살이 오를 대로 올랐다. 다진 채소를 넣은 튀김옷이 바삭하게 으스러진 뒤 부드러운 새우 속살이 바로 나오면서 씹는 재미를 준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