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 기대승(奇大升)은 1527년 광산구 임곡동 소고룡마을에서 성리학자 기진(奇進)의 2남으로 태어났다. 기묘명현(己卯名賢)의 한 사람인 기준(奇遵)은 그의 계부(季父)이다.

1549년 사마시(司馬試)와 1558년 식년문과에 급제한 후 예문관 검열에 임명되었고 1563년 승정원 주서, 1565년에는 이조 정랑과 사헌부 지평을 지냈다. 1572년 성균관 대사성과 태조 이성계의 조상 계보를 밝히는 직책인 종계변무주청사(宗系辨誣奏請使)을 거쳐 사간원 대사간으로 재임하다 병환으로 인해 사직하고 귀향하던 도중 정읍 인근에서 45세의 젊은 나이로 별세했다.

고봉은 1558년 문과에 응시하기 위하여 한양으로 가던 길에 김인후·이항 등과 만나 태극설(太極說)을 논했고, 정지운(鄭之雲)의 천명도설(天命圖說)을 얻어보게 되자 퇴계 이황을 찾아가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움을 청하였다. 이후 이황과 12년간 서신을 교환했는데, 1559년부터 8년 동안에 이뤄진 사칠이기론쟁(四七理氣論爭)은 조선유학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사건이었다.

그는 이황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반대하고 “사단칠정이 모두 다 정(情)이다”라는 주정설(主情說)을 주장했으며, 이황의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수정해 정발리동기감설(情發理動氣感說)을 강조했다. 또한 이약기강설(理弱氣强說)을 주장해 주기설(主氣說)을 제창함으로써 이황의 주리설(主理說)에 맞섰다.

빙월당(氷月堂)은 기대승을 중심인물로 하여 박상, 박순, 김장생, 김집 등 조선시대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학자와 문신을 배향한 월봉서원의 강당 이름이다. 원래의 강당 명칭은 충신당(忠信堂)이었는데, 18세기말 문체반정으로 학문을 중흥한 정조 임금이 선생의 고결한 학덕을 흠모해 ‘氷心雪月’(얼음같이 맑은 마음과 눈 위에 비치는 달빛처럼 정갈한 심성)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빙월당’ 당호를 하사하면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월봉서원은 1578년 낙암마을에 세워졌다가 임진왜란으로 소실됐고 동천마을로 자리를 옮겨 재건한 후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다시 없어졌다. 일제강점 말기인 1941년 현재 위치인 너브실(廣谷)마을의 종가 터에 빙월당을 복원하고, 1981년 사당과 장판각을 준공한 이래 경내 성역화사업을 전개했다. 장성 필암서원과 더불어 호남 유학정신을 일으킨 발상지로 중요한 위상을 갖는 월봉서원은 아늑한 백우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이 찾아와 선생의 고매한 인품과 높은 뜻을 기리고 배우는 학문의 도량이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