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이송되면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반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기존 예약마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지역 숙박·여행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11일 목포지역 숙박·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까지 목포에 거치되면서 사실상 ‘제2의 세월호 쇼크’에 빠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수습자 시신 수습과 선체 조사 등 세월호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메르스 사태보다도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여 영세업체들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국내 굴지의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는 임원·팀장급 460∼470명이 참가한 가운데 목포 A호텔 등에서 2박3일 동안 ‘이순신 리더십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행사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분산 수용하려던 목포 3개 호텔의 예약이 전면 취소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액(숙박·식사비 포함)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방 고위공직자 교육 연수도 홍도 관광을 위해 30여명이 목포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으나 상급 기관으로부터 세월호 거치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따라 예약을 취소했다.

무안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가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주로 수용했던 B호텔은 예년 같은 기간이면 객실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사드 보복 조치로 유커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세월호 여파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세월호 때문에 봄꽃 축제가 취소되고 대선까지 겹쳐 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 개최를 최소화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A호텔 관계자는 “봄철은 관광객이나 기업들의 연수가 많고 행사도 많은 시기인데도, 전반적으로 목포 호텔업계 매출이 40∼45% 줄었다”면서 “자칫 세월호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도·제주도로 가는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인 목포는 피해 집계가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은 그림자도 보기 힘들고 세월호로 인해 기존 예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행업계는 제주도 특가 상품을 선보이며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3만원에 달하는 관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1박 2일 제주도 여행 특가 상품을 내놓았지만 문의전화도 오지 않는다”며 “더욱이 5월 황금연휴에 따른 특수를 내심 기대했으나 세월호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로 발길을 돌리거나 아예 해약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목포지역 관련 업계는 “추모는 당연하지만, 각종 행사를 무조건 기피하기보다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지자체에서도 이런 업계 실정과 지역경기를 감안해 필요한 행사는 예정대로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포=고규석기자 yous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