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얘기가 있다. 군복무의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 제대날을 학수고대하는 병사들의 염원이 담긴 말이다. 현역병의 군복무 기간이 36개월에서 2012년 이후 21개월(육군 기준)로 줄었다지만 국방부 시계는 여전히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가장 꿈 많고 열정 넘치는 시기에 군에 입대한다. 추위와 더위에 맞서 싸우고, 고된 훈련을 받고, 밤잠을 설쳐가며 경계근무를 선다. 이 땅에서 태어난 그 순간, 청춘의 21개월은 국가의 것이 된다. 북한 인민무력부의 시계도 돈다. 다만 국방부의 시계보다 훨씬 더디게 돈다. 그들의 군복무는 12년이나 되는 탓이다. 17세에 입대해 30세가 다 되어 제대한다. 이들은 청춘을 온전히 군대에서 보낸다.



◇군복무 1년9개월 vs 12년=북한의 모든 남자는 만 14세가 되면 초모대상자(招募對象者)로 등록된다. 군 입대를 위한 2차례의 신체검사를 받고, 고급중학교 졸업 후 사단 또는 군단에 입대한다. 신체검사 합격 기준은 신장 150㎝, 체중 48㎏ 이상이었다. 그러다가 식량난으로 청소년들의 체격이 왜소해지자 1994년 8월부터 신장 148㎝, 체중 43㎏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 기준도 입영대상자 부족으로 더욱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영 대상자 가운데 신체검사 불합격자, 적대계층 자녀, 성분 불량자 등은 입대할 수 없다. 특수분야 종사자 및 정책 수혜자(안전원, 과학기술·산업 필수 요원, 예술·교육 행정 요원, 군사학 시험 합격 대학생, 특수·영재학교 학생, 부모가 고령인 독자 등)는 정책상 이유로 입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북한의 군 복무 연한은 1958년 내각결정 제148호에 의해 지상군은 3년6개월, 해·공군은 4년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5∼8년 간 복무했다. 그러나 1993년 4월부터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만 10년을 복무해야 제대할 수 있는 ‘10년 복무 연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남자 12년, 여성 7년동안 복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중 특수부대(경보병부대, 저격부대 등) 병력은 13년 이상의 장기 복무를 하고, 주특기나 특별 지시에 따라 사실상 무기한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대에 따라 10∼30% 비율을 차지하는 여군은 대개 수송·행정 부서에 배치되거나 위생병·통신병·초병(교량, 터널) 또는 해안포·고사총·소형 고사포대에서도 근무한다.

군관이나 하전사를 불문하고 군기 사고자는 제대 후 직장 생활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병영 생활에서 기본으로 지켜야 할 복무 규율로 ‘군무생활 10대 준수사항’이 있다.

군 복무 중 휴가는 규정상으로는 연 1회 정기휴가(15일)가 허용된다. 표창 수여 또는 결혼, 부모 사망 때는 10∼15일 간의 특별휴가가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부모 사망 또는 부대 내 물자 구입 목적으로 10일정도 휴가 또는 출장이 주어질 뿐이다. 군 복무 기간에 부모가 있는 집을 다녀온 병사는 약 20% 정도다.

광주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은 “10년간 군복무 했지만 휴가는 없었다”며 “만약 휴가로 집에 가게 되면 귀대할때 무엇인가를 가져와야 하는데 부담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계급은 군관(軍官) 15종, 하전사(下戰士) 8종으로 나누어져 있다. 군관의 경우는 ‘원수’급에 대원수·원수·차수, ‘장성’급에 대장·상장·중장·소장, ‘상급(영관)군관’에 대좌·상좌·중좌·소좌, ‘하급(위관)군관’에 대위·상위·중위·소위 등이다. 하전사(부사관+사병)는 특무상사·상사·중사·하사와 상급병사·중급병사·초급병사·전사로 구분된다.

◇북한군 128만명…국군의 2배=태양절인 지난 15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가 펼쳐졌다. 2015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과 이를 지상형으로 개량한 ‘북극성 2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과 KN-06 지대공 미사일도 등장했다. 300㎜ 신형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도 선보였다.

북한의 군사력은 양적으로는 국군을 압도하고 있다.

올 초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병력은 128만여명으로 남한(62만50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공식적으로 북한군 남자 병사 복무 기간은 10년(특수부대 13년), 여자는 5∼7년으로 우리(육군 기준 21개월)보다 훨씬 긴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반면, 질적 수준에서는 국군이 북한군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의 주요 전력인 전차는 2400여대로 수적으로는 북한(4300여대)의 절반 정도지만 우리 군의 K-2 흑표전차는 선군호, 천마호 등 북한의 전차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야포(남 5700여문·북 8600여문)와 다연장로켓·방사포(남 200여문·북 5500여문)도 북한이 훨씬 많다.

해군 전력은 북한 잠수함(정)이 70여척인 반면 우리 해군은 10여척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은 대부분 러시아제 구형 잠수함으로 원거리 작전이 제한된다. 우리 해군은 209급(1200t급) 9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214급(1800t급) 7척을 건조했다. 2019년까지 214급은 9척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다 3000t급 잠수함을 2020년대 9척을 운용할 계획이다. 북한에 1척도 없는 이지스 구축함을 우리는 3척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3척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공중 전력에서도 우리 군은 410여대의 전투기를 운용해 북한(810여대)보다 적지만, 질적으론 엄청난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동북아 최강으로 꼽히는 F-15K 전투기에 이어 2018년부터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북한은 이런 전력의 질적 열세를 핵·미사일 개발로 뒤집으려 하고 있다.

◇한끼 70g 배급…배 곯는 북한군=부대 급식을 살펴보면 주식은 보급되고 있으나 부식은 구매 또는 부대 자체로 지역의 특성을 이용해 영농·어로·채취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과거에는 1일 세끼 쌀밥에 야채·절임 등 반찬 2∼3가지가 기본이었으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사단별로 임시 보양소를 운영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악화됐다.

외부 지원의 영향으로 부대 급식 상태는 2000년 이후부터 다소 나아졌으나, 미사일 발사·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중단되면서 다시 악화됐다.

군인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독립 소대부터 여단 본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대가 염소와 돼지 등 가축을 직접 사육하고 콩은 모든 부대에서 경작하고 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 소식통은 “한 끼 배급량 규정이 250g이지만, 양을 정확히 지켜 배급하는 부대는 드물 것”이라면서 “부대마다 150g, 100g, 심지어 70g 등 배급량이 전부 다르다. 군인들끼리 ‘두 숟가락이면 밥이 다 없어진다’고 말하고 있다”고 열악한 식량 배급 실태를 전했다.

이 같은 북한의 군인 배급량은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 600g에 훨씬 못 미친다.

상당수의 부대에서 외화벌이, 영리활동, 근로동원 등 수익사업을 위한 경제활동을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사들은 부수입이 많아 경제사정이 다소 나은 국가보위성 예하 국경경비대 배치를 선호하기도 한다. 또 생필품과 부식 보급이 열악해 일부 군인들의 일탈행위가 나타나고 있고, 군민(軍民)관계를 해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