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길어지면서 강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었다. 한때 넘실대던 강물은 이윽고 작은 시냇물처럼 변했다. 강을 국경으로 한 두 마을의 농부들은 속이 탔다. 농토에 제대로 물을 대지 못하여 농사를 망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이른 아침에 강으로 나가 괭이로 물길을 만들었다. 두 마을의 농부들은 조금이라도 더 물을 끌어오려고 물길을 더 깊이 팠다.

어느날 한 농부가 물을 대기 위해 강에 나갔다가 건너편 마을에서 깊이 물길을 파서 물이 모두 그 마을 농지로 가는 것을 봤다. 화가 난 농부는 때마침 물을 보기 위해 강에 온 건넛마을 농부에게 욕을 내뱉었다. 그러자 건넛마을 농부도 지지 않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이웃 농부들이 강으로 달려왔다. 두 농부가 물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보고 농부들은 서로 자기 마을 농부를 편들면서 건넛마을 농부들을 욕하고 비난했다. 화가 난 한 농부가 흙덩이를 던지자 농부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괭이와 낫과 몽둥이를 들었다.

강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는 말을 들은 호민관은 상부에 알리는 한편 지역수비대를 급히 소집해 강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두 나라의 군대가 시냇물이 된 강을 사이에 두고 창과 칼을 겨누었다.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자신이나 이웃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작은 갈등이 심각한 싸움으로 커지는 경우가 있다. 석가모니는 그 소식을 듣고 강으로 달려가서 두 나라의 군대가 서로 창과 칼을 겨누는 강 가운데로 나아갔다.

“장군이여, 호민관이여, 그대들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로를 원수처럼 노려보면서 창과 칼을 겨누고 있습니까?”

“붓다시여, 오랜 가뭄에 물이 말랐습니다. 농지에 물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이렇게 다투게 되었습니다.”

“장군이여, 호민관이여, 어떻습니까? 물이 더 소중합니까, 목숨이 더 소중합니까?”

석가모니의 적극적인 설득과 중재로 군대는 무기를 거두었고, 처음에 욕을 하고 흙덩이를 던진 농부도 사과하며 물싸움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며칠 뒤, 가뭄을 끝내는 비가 내렸다.

물이 중요한가, 생명이 중요한가를 우리에게 묻는다면 아마 당연한 듯 생명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생명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는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맞서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황당한 정치인이 있었다. 핵 무장은 아니더라도 더 강력한 첨단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생명가치를 위태롭게 하는 길이다. 세계 곳곳에서 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화학무기를 비롯한 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고,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주기 위해 자살 폭탄 테러를 자행하면서 죄 없는 양민의 희생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졌는가?

상황은 정반대다. 맞은 사람은 무기를 들고 다시 반격하고, 그렇게 싸움은 깊어진다. 힘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 그 자체가 불의인데 어떻게 정의가 이루어지겠는가.

법구경(法句經)은 전한다. ‘원한은 원한으로 가라앉지 않고, 다툼은 다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승리한 자는 열광하지만 패배한 자는 원한으로 잠들지 못한다’고.

인정과 존중, 화해와 용서가 원한을 풀고 다툼을 그치게 하여 평화를 여는 길이다.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거대한 국가 차원의 일에서도 이 원리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는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고 했고, 틱낫한 스님은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돼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생명가치에 맞게 불가침 평화협정, 비핵화 합의, 재래식 무기 감축 등 상생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서 사드가 필요 없게 하면 어떨까. 실상 우리에겐 그다지 쓸모 있는 물건도 아님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