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운영하는 함평군농협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가 타지역 민간 RPC에서 도정한 미곡을 원산지는커녕 품종확인도 거치지 않고 색채 선별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함평군농협통합RPC는 특히 업무시간도 아닌 법정공휴일에 작업비 산정기준이 되는 물량의 무게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계약서 작성도 없이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져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놓고 지역농민들 사이에선 벼의 엄격한 품종관리와 혼입 방지 등 고품질 브랜드쌀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할 농협통합 RPC의 설립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2017년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함평 나비쌀’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함평군 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 따르면 지난 10일 영암의 A민간업체에서 도정된 37t(추정치)의 미곡이 함평군농협 통합RPC에 톤백 수매용 포대로 반입돼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미곡들은 A업체가 1차 도정을 한 뒤 공공비축벼 톤백포대를 이용해 함평농협 통합RPC로 들어와 색채선별 작업을 하고 다시 톤백포대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색채선별작업은 쌀의 고품질화를 위해 종자 고유색으로 선별하고,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함평군 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설립 목적까지도 어기면서 타지역 업체의 쌀을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평군 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 법인설립 목적을 살펴보면 위탁사업은 국가·공공단체, 농협중앙회 또는 다른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위탁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함평농협 통합RPC는 영암에서 반입된 미곡에 대해 쌀의 품종과 원산지에 대해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공장가동 계약서 작성은커녕 반입된 미곡에 대한 무게량 측정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함평군 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A업체측이 대기업 마트 등에 쌀을 납품하고 있는데, 납품한 쌀에서 계속 클레임이 발생해 시설이 좋은 곳에서 색채선별을 해보고 싶다고 해 작업을 해주게 된 것”이라며 “특히 A업체에서 거래처도 소개한 적이 있어 거래처를 한 곳이라도 더 늘려보기 위해 일부 수수료만 받고 작업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함평=황운학기자hwang5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