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효(孝)사상은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각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효의 전통은 농경문화가 내려오면서 가족 단위의 생활습관이 효의 모델로 이어져 왔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경험이 중시되고, 노인들은 그런 경험이 많았으므로 어른의 권위가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 실제적인 능력이 효도와 맞물리면서 노인 중심의 문화가 형성되었고, 가족이나 마을 공동체엔 노인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같이 노인들이 존경의 대상이었다.

전통적으로 노인 하면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오래 사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다. “노인 한 분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로 아프리카에선 한 사회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아직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60년대부터 추진한 경제개발을 통하여 반세기 만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황금만능주의 풍조와 입시 우선주의와 같은 사회적 모순 속에 어른을 대접하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 결과 극도의 이기심만을 심어 놓은 사회가 되었다. 똑똑한 젊은이는 많은데 예절이 바른 젊은이는 주위에서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핵가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날 노인의 권위나 설득력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정보화 물결 속에 각종 분야의 전문가와 웹 검색 도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노인존중 문화는 시대 역행적인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웃과 소통하지 못하고 사이버 세계에 표류하는 젊은이들이다.

이처럼 개별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와 방법은 늘어났지만, 그것들이 어떤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식 중심교육이 아닌 인간 중심교육으로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음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는 청소년범죄와 맞물려 공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인성교육의 대안으로 효행 교육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효행 교육이란 말이나 글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체험중심으로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무의식중에 하는 말이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일지라도 자녀는 그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된다. 소위 잠재적 교육과정이 자녀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까닭이다. 따라서 부모와 함께 일가친척이나 조부모를 찾아뵙는 날을 정하여 계획서와 사후 결과물을 학교에 제출하면 출결로 인정하는 체험학습 등은 계속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귀성행렬로 전국 고속도로가 정체되면서 어김없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조상과 어른을 받들고 찾는 마음자리가 자손 대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진정한 효의 의미는 부모에 대한 물질적인 봉양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현대문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우리의 효사상을 주목하고 있다. ‘역사의 연구’를 쓴 토인비는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효사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구의 합리주의로는 이해하기 힘든 훈훈한 인간미가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살아 있음이다. 오늘의 세계가 상실한 가치, 우리의 효사상을 살려 나갈 때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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