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대검찰청에서 감찰본부장이 업무 차 방문하여 평검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보라고 했다. 애로나 건의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중 필자 차례가 돼 평소 검사 생활을 하면서 우려가 됐던 건강 관리에 대해 말씀드렸다. 검사들이 과도한 업무 등으로 병가를 내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위해 일주일에 1회씩 1시간 정도 운동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당시 필자는 육군 법무관으로 3년 근무 하고 검사로 임용된 지 2년차가 되던 때였는데, 얼마 되지 않는 검사 생활 중에 선배 검사들이 허리디스크 등으로 병가를 내거나 심지어 지병으로 숨지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군대에서는 매일 일과 종료 1시간 전부터 ‘전투체육’이라는 이름으로 체력단련 시간을 갖는다. 달리기를 주로 하고 체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을 하면서 체력을 증진시킨다. 가끔은 축구나 족구 등 구기 종목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군대는 체력이 국력이니, 매일 같이 체력단련을 해도 되겠지만 검찰청에서 매일 같이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고, 일주일에 1회씩 1시간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아 감찰본부장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돌한 발언을 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진지했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까지 출근하면서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필자도 나중에 병가를 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미래가 암울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감찰본부장은 필자의 진심을 알았는지 고민에 대해 끝까지 귀 기울여 주고는 건강관리법에 대해 안내해줬다. 검사는 여러 개의 접시를 돌리는 서커스단원 같이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가족, 건강, 업무 등 어느 한 가지 접시라도 쉬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이어 국가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과 중에 운동을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일과 후에라도 개인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건강관리를 해보라고 하면서 내년에 다시 와서 필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감찰본부장의 명(?)을 받아 그날 당장 건강관리 계획을 짜보았다. 잠을 줄이거나 틈틈이 시간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선배 검사들에게도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가기, 퇴근 후 30분 정도 테니스 레슨 받기, 걸어서 출퇴근 하기, 청사 근처 헬스클럽 다니기 등등 여러 방법이 있었다. 그 중 손 쉽게 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와 평소 하고 싶었던 테니스를 배우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면 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은 기분에 스트레스도 덜 받고, 업무도 활기차게 할 수 있었다. 다른 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아 떠나면서 테니스는 그만 두게 되었지만 대신 걸어서 출퇴근 하기와 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축구를 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초임 검사 때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초임 때 고민을 해결해준 감찰본부장과 여러 선배 검사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고 한다. 비단 검사뿐만이 아니라 현대인들은 자신이 하는 업무는 물론 가족들을 챙기느라 건강 챙길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평소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늘도 결재를 받기 위해 5층까지 계단으로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