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지고, 엊그제까지 습했던 공기에 상쾌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희망임지를 신청하면서 광주를 1지망으로 쓰고는 혹시 광주를 가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 졸이던 시간을 지나 광주지검 전입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했고, 그 이후로도 6개월이 흘렀다. 광주지검에 발령받고 첫 출근하던 날은 2월의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동안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을 지나 유난히도 무더웠던 뜨거운 여름을 견디어내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노라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광주에서 6개월의 시간은 단순히 세월만 지나간 것이 아니라 많은 추억과 일들로 일상이 단단하게 채워졌던 것 같다. 짧은 기간 동안 이사도 한번 해서 삶의 터전이 남구 봉선동에서 북구 두암동으로 바뀌었고, 출퇴근길 주말에 산책하면서 접하는 주변의 풍경도 조금은 바뀌었다.

광주에 오기 전 4년간 주말 부부를 하는 동안은 주말마다 이동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있지 못한 시간만큼 보상할 이벤트를 만들어야만 할 것만 같아 항상 바쁘게 보내다 보니 임지마다 2년 동안이나 지냈음에도 그 지역을 느끼거나 알아갈 시간이 없었다.

광주에 오면서 드디어 주말 부부를 끝내고 함께 살게 된 지금은 그저 동네만 돌아다녀도 좋은 한가로운 시간이 되었고, 주말이 되면 남편과 함께 동네 주변을 걸어다니며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얼마나 있는지, 어느 마트의 과일이 신선한지, 주말에도 문을 여는 병원은 어디인지를 살피며 둘러보면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광주의 멋과 풍취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담양이나 순창 등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황금연휴 기간이 되어도 차가 막히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지 않음에 감탄하며, 몇 년 전 연휴 때 서울에서 근교에 있는 남이섬을 5시간이 걸려 다녀온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광주지검 공판부로 오면서는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무실 풍경도 조금은 바뀌었다. 검사, 수사관, 실무관으로 단출하게 이루어지는 형사부와 달리 한 공간 안에 8명의 검사가 모여 있다 보니 매일 매일이 활기차고 조금은 소란스러운 일상을 보낸다. 재판을 마치고 하나 둘 사무실로 모여들 때쯤 “선배님, 선배님, 오늘은요”로 시작되는 막내 검사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지금 공판실에 있구나’라고 느낀다.

공판 중 항소심을 맡다 보니 음주나 교통사고로 실형을 선고받고, 양형이 과하다고 항소한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저마다 딱한 사정에 안타까우면서도 광주에서 운전 중에 위험한 상황을 겪고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5년에는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7대 특·광역시 중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고, 2017년 5월 말 기준으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하는데 멋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고장 광주에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라고 할 것이다.

광주에 와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났고 남은 시간이 더 많기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단풍철이 되면 생애 처음 내장산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 광주를 떠나기 전 서석대에도 한 번쯤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또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분명 직원 같은데 낯선 사람들이 아직도 많음에 자책하며 광주지검 식구들 모두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그 때쯤은 우리 광주가 교통사고와 관련해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부터 벗어나 누구나 인정하는 안전한 교통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새롭게 바뀌어있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