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베이비부머들의 귀농·귀촌 실습농장인 ‘함평 서울농장’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서울농장은 전남도와 서울시가 도·농 상생협력 사업으로 추진한 것으로, 함평군의 한 폐교에 설립해 서울지역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영농 교육과 실습, 농촌체험공간이다.

3일 전남도와 함평군에 따르면 서울농장은 함평읍 석성리에 있는 폐교인 옛 석성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부지와 농지 2만5855㎡, 건물 962㎡ 규모다.

귀농 희망자 15세대가 함께 머물며 사전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시설을 갖춘다. 또 서울시민 1500명이 주말·주중 등을 이용해 농촌체험을 하는 교육시설, 영농실습시설, 농촌체험시설 등의 역할도 한다.

전남도는 서울농장의 성공적 조성과 정착을 위해 서울시·전남도 농업기술원·함평군이 함께 참여하는 ‘서울농장 추진 지원단’을 구성해 지원하고, 작물별 농촌지도사를 파견해 재배기술 등을 현장 지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함평군이 공유재산 매매계약 과정에서 실습농장부지 확보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다.

함평군은 군 소유의 옛 석성초교 토지 6503㎡와 건물 979㎡의 감정평가를 마쳤다. 평가결과 4억2300만원이 산정됐다. 함평군은 여기에 실습부지 1만㎡ 이상 확보를 요구했다.

서울농장 조성 목적이 영농실습이기 때문에 실습부지 확보는 필수라는 입장이다. 1만㎡ 이상의 농장부지를 서울시가 취득 또는 5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매매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농장 조성에 필요한 실습부지 확보는 차후 문제다. 법률 검토 결과 폐교 매매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서울시는 함평군에 “수용할 수 없어 추진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 사실상 사업 포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농장 조성’ 문제가 전남도·서울시의 도농 상생협력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칫 농·수산물 최대 소비처인 서울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한 의원은 “서울시는 이 사업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확보한 예산을 이월까지 하면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함평군이 부지 매매와 관련해 특약까지 거론하는 딴죽을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평군 관계자는 “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때는 합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석성초교 부지 매매는 서울시가 서울농장을 조성하겠다고 해서 추진된 것으로, 당초 계획한 실습부지 확보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함평=황운학기자 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