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궁굼한 것이 있으면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검색하면 된다. 어딘가에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좋은 곳을 여행할 때에는 블로그나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은 업로드 된 콘텐츠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는 온갖 정보들이 넘쳐나게 되고 수많은 개인 정보가 정보 주체의 의사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상에 나뒹굴게 된다.

포털사이트와 SNS의 무한 확장으로 개인 정보의 검색은 더욱 간편해 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포털사이트의 정보와 SNS정보를 퍼즐처럼 조합하면 정보 주체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순간 정보 주체의 통제를 벗어나 무한 복제돼 사방으로 흩어져 버려 도저히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특히 카카오 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무한 복제와 이른바 ‘무한펌질’을 부추기며 개인 정보를 공공재화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필자도 네이버에서 필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 검색창 상단에 법률신문과 광주지방변호사협회에서 몇 해 전에 올린 필자의 결혼 소식이 있고, 그 아래로 필자의 친구가 밥을 먹으면서 올렸던 사진, 필자가 학회에 참석한다는 소식 등 자질구레한 것들이 검색됐다. 필자는 결혼해 잘 지내고 있어 괜찮지만, 만일 필자가 그 사이 이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법률신문과 광주변협의 글은 상당히 껄끄러운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 ‘잊혀질 권리’다. 잊혀질 권리는 프랑스 법의 망각권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망각권은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그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공개할 것을 반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범죄자는 과거 범죄로 인해 나빠진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범죄사실의 공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망각권이 개인 정보 전반에 관한 논의로 확대돼 현재는 인터넷상에서 무한정 확산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실질적으로 삭제, 저지, 차단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려된다.

잊혀질 권리와 관련해서 유럽에서는 개인 정보 처리와 관련된 유럽이사회 규정을 통해 명시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해 규정하여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Do not track(추적 금지)’ 장치를 이용해 이용자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잊혀질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게시물 내용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회원 탈퇴 등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됨에 따라 이용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게시물의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의 폐지 등으로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등과 같이 정보 주체가 본인의 게시물을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자기 게시물에 대한 타인의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방통위 가이드라인의 경우 이용자 본인이 인터넷상에 게시한 게시물에 대해 타인의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타인이 올린 게시물은 배제할 수 없어, 앞에서 본 필자의 경우와 같이 타인이 필자에 대해서 올린 게시물 들은 접근 배제 요청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잊혀질 권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사이버 공간상의 복잡한 환경으로 인해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정보 주체를 보호해야 하는지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 문제, 기술적인 한계의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우리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적 규율도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사이버 공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점차 개선돼 나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