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보기도 좋고 맛있게 따르려면? 국내외 맥주회사를 방문하면 견학 코스에 꼭 들어있는 과정이 있다. 바로 맛있게 맥주 따르는 방법이다. 거품과 맥주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야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맥주 거품은 미각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령을 간단히 설명하면 두 번 나누어 따르면 된다. 먼저 거품이 일도록 반쯤 따라서 거품과 맥주가 반반으로 섞이도록 한다. 그런 다음 잔을 기울어 맥주를 부으면 거품이 유지된 채 잔이 채워진다.

맥주 따르기에 얽힌 이야기 중에 ‘옴천 면장 맥주 따르기’ 가 있다. 전해지는 말로는 아주 어려웠던 시절, 기관장 회의가 끝나고 옴천 면장이 맥주 대접을 했는데 거품이 한가득해서 한 병으로 여덟 잔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에 거품이 더 많게 따르는 것을 빗대어 ‘옴천 면장 맥주 따르듯’한다는 말이 사용됐다. 맥주 한 병으로 대접할려니 거품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과 맥주 따르는 방법이 서툴러서 그랬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우체국장 술잔’처럼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다.

몇 년 전에 이 이야기를 컬럼으로 쓰고 싶어서 직접 옴천 면장께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 잘 이용하면 옴천면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했더니, 면장께서는 강진군에서도 스토리텔링으로 이용하자고 하는데 면 주민들이 싫어한다고 하면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좋은 스토리텔링의 소재인데 참 안타까웠다.

그런데 ‘옴천 면장 맥주 따르기’ 보다 더 심하게 거품을 내는 맥주 따르기가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맥주의 본고장인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맥주 따르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제일 윗부분만 맥주 거품이 있게 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둘째는 슈니트(Snyt)로 불리는데 거품이 5분의 3 정도 있게 하는 방법으로 옴천 면장 맥주 따르기와 가장 유사하다. 셋째는 거의 거품으로 잔을 채우는 것을 믈리코(Mliko)로 불리는데, 이렇게 하면 필스너 우르켈의 풍부하고 달콤한 거품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현재 마시고 있는 맥주의 80% 이상은 하면 발효 방식의 라거 맥주인데 이 맥주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체코 플젠(Plzen, 독일어 Pilsen) 지역이다. 1842년 플젠의 양조장에서 물과 보리, 홉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맥주를 생산했는데 이것이 바로 최초의 라거 맥주인 필스너 맥주이다. 엄청난 인기를 끈 필스너 맥주가 일반화되자 플젠 양조회사는 영어 오리지널의 뜻인 우르켈을 사용해서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말하자면 필스너 우르켈은 원조(오리지널) 필스너 맥주라는 뜻이다.

결론은 거품이 많이 나게 따르는 방법이 맥주의 본고장에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거품이 5분의 3 정도 있게 따르는 방법인 슈니트(Snyt)는 처음엔 맥주량이 많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이제 맥주 따르는 세 가지 방법으로 채택되어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있는데 아주 인기라고 한다.

‘옴천 면장 맥주 따르기’도 이와 같이 스토리텔링으로 적극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 전국 유일하게 ‘옴(唵)’자를 사용하는 지명과 함께 풀어낸다면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옴’은 여러 종교의 진언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음절로 여겨져 불교 의례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이라는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의 첫 글자 ‘옴’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고 보니 옴천면이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참 많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