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이 목포에서 묵의 향연을 펼친다.

이달 말 개막되는 ‘2018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의 특별 기획프로그램인 ‘국제적 수묵수다방’이 지난 10일부터 만호동 건어물 시장 내 수협 근대창고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에는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태국,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쿠르디스탄 등 11개국 15명과 국내 10명, 게스트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10일부터 한 달간 수협 창고를 거점으로 목포에 체류하면서 현장에서 작품을 제작해 비엔날레 기간(8월 30일부터 10월 31일)동안 전시한다.

근대 창고를 전시장으로 선택한 이승미 큐레이터는 “벽 자체가 그대로 그림인데다가 천정이 높고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지녀 예술적 가치가 높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 레지던시에 참여한 해외 작가들은 수묵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한지와 먹을 기본으로 자신들의 기존 예술세계와 접목시키는 힘든 작업을 진행한다.

특히 참여 예술가 중 국내 장현주 작가와 해외파인 쿠르디스탄 출신의 바키야 카프탄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장현주 작가의 작품 ‘풀의 그늘’은 묵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무려 길이만 20m에 달하는 대작으로 먹이 써내려간 한편의 대서사시다. 전주 한지지원센터에서 특별 주문 제작했다.

스미고 번진 먹의 옅고 짙음, 깊고 얕음에 따라 풀잎이 바람에 눕고 일어서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특유의 묵향이 우러난다.

또 바키야 카프탄은 슬픈 사연을 갖고 있다. 그의 모국인 ‘쿠르디스탄’이 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4개 국으로 흡수되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는 한국의 산이 좋다고 말한다. 모국의 산은 대부분 바위산인데 한국의 산은 나무가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그는 이번 행사에 산을 그린다. 산이 그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이고 개념이다.

수묵의 향연이 진행되는 수협 근대 창고와 함께 인근 목포 YWCA 입구에 위치한 예인 갤러리에서는 ‘수묵 수다방’이 운영된다. 이 다방의 주인은 공주에서 참여한 안혜경 작가. 그는 매일 아침 참여 작가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오후 2시~7시)까지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람객들이 갤러리를 방문하면 작가가 직접 만든 차를 마시면서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안 작가는 방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수묵 그림으로 담아 갤러리 벽면에 순차적으로 작품을 내건다. 이들 작품이 차곡차곡 모여 거대한 수묵비엔날레 전시작품이 탄생된다.

또 공미선·안명호 작가는 팀을 이뤄 오는 23일부터 수묵 수레를 이끌고 목포역과 시장, 바닷가 등 목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대성석유 얼음’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이승미 큐레이터는 “국제적 수묵수다방은 아시아 문화 예술의 공통언어이자 지식 기반인 수묵이 한국미술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로 세계화 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