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나 당뇨의 합병증으로 콩팥기능이 악화돼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기도 하는 ‘신부전’ 이라는 질환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부전이라는 말은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쓰는 말이지요. 심장이라는 단어의 ‘심’을 붙여서 ‘심부전’이라고 하면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심장은 강한 근육으로 된 펌프로서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켜 산소와 영양소를 각 부위에 공급하고 몸에서 생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거둬 들여서 폐나 신장을 통해서 내보내기도 하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입니다. 이러한 심장의 기능이 신체가 요구하는 일정한 혈액량 (심박출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심부전이라고 합니다.

심부전은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혈압, 심장근육병증, 혹은 심장판막질환 등이 원인이 됩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입원한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이 52.3%, 고혈압성 심장질환이 36.7%, 심근증 26.5%, 심장판막증이 12.7%를 차지하였습니다. 질병의 시작은 각종 심혈관 질환이지만 그 끝은 심부전이다 보니, 심부전은 ‘모든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불립니다.

심부전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입원과 사망의 주요 원인입니다. 미국에서는 20세 이상 인구에서 510만 명 이상이, 중국에서는 2010년 연구에서 약 400만 명이 심부전을 갖고 있고, 일본의 경우 2005년도에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고 2035년에는 30% 정도가 증가해 1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에 유병률이 1.5%로 나타나 추계인구로 환산 시 약 75만 명 정도가 심부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약 100만 명 정도가 심부전환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심부전이 범국가적인 문제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좋은 치료약제들이 다수 개발이 되어, 많은 환자들이 잘 복용하며 심부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제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한 경우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전남대병원에서 중증 심부전을 앓던 2명의 60대 환자가 최근 1년 사이에 심장이식을 받고 건강히 생활하고 계십니다. 추후 저희는 인공심장 역할을 하는 ‘좌심실보조장치’라는 것을 도입, 당장 이식이 필요하지만 공여자가 부족해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여러 가지 심장질환에서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단계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하여 심부전을 미연에 방지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 심부전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목표입니다.

/강좌 정리=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조재영 교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조교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상부교수

-전문진료분야 심부전·심장이식

고혈압·동맥경화·고지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