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안경 꼭 써야 하나요?”

처음으로 안경 처방을 해야 하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의사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다. 부모로서 어린 나이에 무거운 안경을 씌우는 것이 힘들고 한번 쓰면 계속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에게 안경을 꼭 씌워야 하는가?

시력은 5세 이전에 대부분 발달하고, 10세 정도에 완성된 시력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성인은 본인의 편의에 따라 안경을 쓰거나 쓰지 않아도 되지만, 시력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아의 경우 굴절 이상으로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안경을 씌우지 않고 그대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면, 그 아이는 흐릿한 세상이 가장 선명한 세상으로 인지하고 시력 발달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서, 성인이 되어 안경을 씌워도 우리가 보고 있는 선명한 세상을 절대 보지 못하는 것이다.

◇10세 정도에 시력 완성 = 그럼 어떤 경우에 안경을 써야 할까? 약시를 유발할 정도의 근시, 원시, 난시, 부동시 등의 굴절이상이 있으면 착용해야 하고, 사시의 치료를 위해 착용하기도 한다.

근시는 가까운 곳의 물체는 잘 보지만 먼 곳의 물체는 잘 못 보는 상태를 말한다. 영어로 ‘myopia’라고 하는데, 어원을 살펴보면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는 의미가 있다. 근시인 사람이 멀리 있는 것을 볼 때 잘 보기 위하여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을 가리켜 붙여진 이름이다. 근시의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 안구가 길어지기 때문인데, 아이가 자라면 키가 크고 발이 커지듯이 눈도 역시 커진다. 이 때 안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망막보다 앞쪽에 초점을 맺고, 망막에는 희미한 상이 맺히게 돼 물체가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오목렌즈 안경을 씌우면 망막에 초점이 맺히게 돼 물체가 깨끗하게 보이게 된다.

성인이 안경 쓰는 이유 대부분은 근시 때문이다. 부모에게 근시가 있으면 아이에게도 근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근거리 작업을 오래 하는 것과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듦에 따른 빛 자극 부족이 근시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원시는 안구가 작아 빛이 망막보다 뒤쪽에서 초점을 맺는데, 원시는 내사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두 눈의 원시 차이가 약간만 있는 경우(부등시)에도 약시가 생길 위험이 높아 근시보다 더 주의가 필요하다. 근시와는 반대로 볼록렌즈 안경을 씌우면 빛의 초점이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망막에 맺히게 돼 선명한 상을 볼 수 있다.

난시는 물체를 볼 때 한 점에 정확한 초점이 맺히지 못하고 두 점 이상에 초점이 맺히는 상태로 원주렌즈안경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3세 이전에 안과 진료는 필수=약시를 근시, 원시, 난시 등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약시는 눈의 구조적인 이상이 없이 두 눈의 안경을 쓴 시력(교정시력)이 시력표 두 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눈의 각막, 망막, 시신경 등의 구조물은 정상인데 안경을 써도 한 눈의 시력이 다른 눈보다 나쁜 것이다. 약시는 일찍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시력이 좋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치료는 굴절이상을 안경으로 교정해주고, 시력이 좋은 눈을 가리거나(가림치료) 약물로 보이지 않도록 하여 나쁜 눈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7~8세가 다 되어서 약시를 발견,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시기에는 나이가 많아 약시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들은 굴절이상이 있는 아이가 어려서 안경으로 시력을 잘 관리한다면 성인 때 라식 등 굴절교정수술로 안경을 벗을 수도 있지만, 안경을 씌우지 않고 방치해 약시가 생긴 경우는 어떤 수술로도 정상 시력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만 3세 이전에 안과를 찾아 근시, 원시, 난시 등의 굴절이상과 사시 여부를 검사하고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리=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허환 전남대병원 안과 교수

-전남대병원 인턴,레지던트

-전남대병원 안과 임상교수

-전남대 의대 안과학교실 조교수

-소아안과·사시·신경안과 전문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