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보안사 사진첩 1~4권 회수·美 기밀문서 확보 관건
2020년 01월 21일(화) 00:00
(4) 정부 미공개 자료와 미국 자료 공개 해야
*미공개 문서를 찾아라
국가기록원, 699개 기관에 요청 간행물·도서 등 3만351건 확보...375개 기관은 묵묵부답
*軍 기록은 ‘절반의 진실’
자료 대부분 마이크로필름 형태 위·변조 파악에 어려움...‘전투상보’ 팩트 왜곡 가능성 커
*美 국무부 자료에 기대감
한미연합사 회의록 등 문서 수천건...외교부, 지난해 11월 공식 공개 요청

미국 정부의 5·18 기밀문서를 공개한 미국 저널리스트 팀 셔록이 지난 2017년 4월 광주를 방문해 광주시청 브리핑실에서 5·18기밀문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오월의 영령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산화한 지 올해로 40년이 됐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수 많은 자료들이 시시각각으로 등장하면 그때마다 그날의 진상을 모두 들려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수많은 자료들이 공개됐음에도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그날의 모든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있다. 오히려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려는 온갖 ‘가짜 뉴스’로 5·18은 아픔을 겪고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이하 5·18진상조사위) 출범에 맞춰 왜곡과 은폐를 멈추고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광주시민들이 산화했던 5·18민주화운동 관련 국내 미공개 자료와 해외자료 공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이번 5·18진상조사위의 활동이 마지막 진상규명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18단체 및 전문가들은 오월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동안 미공개 된 정부자료와 미국자료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미공개 자료 발굴하고, 사라진 보안사 사진첩 반드시 찾아야

정부는 지난해 보안사의 5·18 관련 비공개 문건 2321건의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목록을 확인한 5·18 연구자들은 “과거 5·18 연구자들에게 여러 차례 공개됐던 문건들”이라며 “5·18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겠지만,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39년만에 공개된 보안사 사진첩 역시 일부가 사라진 채 공개되며 실망을 안겨주긴 마찬가지였다.

박지원 의원이 지난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1980년 당시 5·18 관련 사진을 모은 사진첩은 17권 중 13권(1769매·중복포함)으로 5권부터 17권까지로, 전반부 1~4권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5·18 전문가들은 보안사에서 1993년 이후 1~4권을 은닉하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라진 4권의 사진첩은 5·18 진상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가기록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699개 공공기관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보유 현황을 요청한 결과, 국방부·외교부·행안부·국정원·경찰청·대검찰청 등 60개 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가 있다는 답신을 받았다.

확인된 자료는 문서 1만691건, 간행물·도서 3341건 등 3만351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375개 기관이 5·18 관련 자료 보유 여부에 대해 아예 회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5·18 진상 규명에 공공기관들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군 기록은 절반의 진실’이라며 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의 기록물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한 5월 연구자는 “현재 남아있는 군 기록의 대부분은 원자료 형태가 아닌 마이크로필름으로 보존돼 있어 위·변조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또 전시상황이었으므로 얼마든지 ‘사실’과 다르게 기록할 수 있다. 특히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 작성하는 ‘전투상보’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팩트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21일 낮 12시께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버스를 앞세우고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군이 도청 앞에 저지선을 만든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다. 한 시간 뒤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있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위변조 가능성 낮은 미국정부 자료에 희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정부의 기밀자료 공개 여부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자료들은 우리나라 이해 관계에 따라 문서 자체를 수정하거나 위·변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5월 연구자들은 아르헨티나와 과테말라 정부가 미국 기밀자료를 확보해 군부시절 집단학살 암매장 등의 조사에 탄력을 받은 사례를 들어 5·18 관련 미국 기밀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밀자료에는 발포·학살 경위, 헬기 사격, 공작 활동, 암매장 등에 대한 1980년 5월 그날의 진실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5·18 관련 미국 자료 역시 수차례 공개됐지만 민감한 사항은 삭제돼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어왔다.

광주시는 지난 1997년 4000쪽 분량의 미국 국무부 기밀 문서철을 미국정부에 요청해서 확보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자료총서’에 실려 있는 이 문서는 미국 기밀해제 시한(30년) 이전에 공개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름이 지워져 있다.

2017년 미국 언론인 팀 셔록 씨가 미국 정부로부터 입수해 광주시에 기증한 5·18 관련 기밀해제 문서(체로키 파일, 3530쪽 분량) 또한 1997년 문서와 상당수 중복됐다.

5·18 연구자들은 그동안 공개된 자료가 미국 국무성 자료 위주이기 때문에 같은 자료가 반복해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기존에 공개된 자료라도 삭제되지 않은 원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 미국 국방성 등 군 관련 자료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26일 미국 정부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건 공개를 공식 요청했다.

외교부는 미국 팀 셔록 기자가 1996년 공개한 ‘체로키파일’로 불리는 2000여건의 미국 정부 기관 비밀해제문서 번역본을 토대로 추가 문건들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미국 정부에 요청한 자료는 10개 항목 대분류 속 문서 수천 건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이미 공개된 국무성~한국대사관 간 오고 간 전문과 CIA가 공개한 기밀문서 중 삭제된 구문이 없는 원본 ▲백악관 정책결정회의·국가안전보장회의·백악관 상황실에서 1979~80년 작성한 한국 군사안보·광주 관련 기밀문서 ▲국방정보국 문서 중 1979~80년 작성된 한국·광주 관련 기밀문서 ▲한미연합사·미8군~국방부 간 오고 간 전문 ▲한미연합사 주요 회의록(1979년12월12일~1980년 5월30일) 중 기밀 처리된 문서 ▲1980년 5월 당시 한국 주둔 미국 공군과 미국 태평양사령부 간 오고간 전문 ▲광주 주둔 미군기지와 용산 주둔 미군사령부 간에 오고간 전문과 상황일지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 내부 회의록 ▲미국 501정보여단 광주파견대 요원 등이 작성해 국방정보국에 올린 보고서 일체 ▲미국 국무부에서 작성한 내부 기안문·메모·분석 보고서 중 1980년 한국·광주 관련 부분도 포함됐다.

외교부와 자료 제출 논의를 함께 했던 민간연구원들은 당시 “요청 문건들에 대한 세부 사항은 미국과 외교안보에 관련된 문제라 밝힐 수 없다”며 “지난 5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미국 정부에 요청한 10개 항목의 대분류 내에 있는 문건들 중 정확한 날짜와 작성 내용을 지목해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5·18을 전후한 특정 시기와 검색어(Key word)를 지정, 미국 정부 기관들이 검색을 통해 관련 기록물들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5·18 연구자는 “미공개 자료들이 하루빨리 공개돼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어 주길 바란다”며 “미국 정부 역시 하루빨리 외교부의 요청에 응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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