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해가 지면 더 아름다운 왕립도서관 ‘블랙다이아몬드’ 뉘하운 운하를 비추다
2022년 05월 02일(월) 00:15 가가
인구 58만 도시전역에 20개 공공도서관
중세풍 ‘뉴 칼스버그 글립토테크 미술관’
고대 조각부터 로댕작품까지 1만여점 소장
자전거·보행자 전용 다리 ‘릴레 랑게브로’
자연·예술 공존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각양각색 문화예술 간직한 거리곳곳 명소
중세풍 ‘뉴 칼스버그 글립토테크 미술관’
고대 조각부터 로댕작품까지 1만여점 소장
자전거·보행자 전용 다리 ‘릴레 랑게브로’
자연·예술 공존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각양각색 문화예술 간직한 거리곳곳 명소
북유럽의 보석으로 불리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소박한 삶을 즐기는 ‘휘게 라이프’의 발상지 답게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공원 등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덴마크 왕립도서관 전경. <사진=코페하겐 관광청 제공>
도서관, 미술관, 공연장, 공원….
한 도시의 문화 수준과 품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과 미술관이 많을 수록, 그 도시는 살기 좋은 곳이자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척도들로 순위를 매긴 다면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명품도시다. 무엇보다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북유럽 감성의 공공디자인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를 풍요롭게 한다.
코펜하겐을 둘러본 이라면 가장 먼저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크리스티안보리 궁전, 로젠보르 궁전 등 역사가 담긴 오래된 건물부터 21세기 건축계의 거장들이 빚어낸 모던한 빌딩까지 각양각색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공공도서관은 소박한 삶을 의미하는 ‘휘게라이프’의 생생한 현장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하는 전통적인 도서관과 달리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거나 아름다운 미술품과 음악을 접하는 문화발전소이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중심가에 자리한 왕립도서관은 시민들의 자긍심이다.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건물 모습이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해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현재 인구 58만 여 명의 코펜하겐시에는 20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중이다. 이들 가운데 ‘본점’인 코펜하겐 중앙도서관(Copenhagen Main Library)은 연중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거리는 스트뢰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등 명품 매장이 늘어선 중앙광장에서 5분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시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쉽게 찾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코펜하겐 중심가에 자리한 중앙역에 가면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중세풍의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뉴 칼스버그 글립토테크 미술관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계적인 맥주회사 ‘칼스버그’와 인연이 깊다. 칼스버그 맥주회사 창립자의 아들이자 2대 회장인 칼 야콥센(Carl Jacobsen·1842~1914)이 설립한 곳으로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조각상에서 부터 오귀스트 로댕, 인상주의 회화, 덴마크 황금기의 예술품에 이르기 까지 1만 여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글립토테크는 쪼다, 조각하다의 그리스어 ‘글리페인’(glyphein)과 장소를 의미하는 ‘테크(theke)’의 합성어로 조각미술관이라는 뜻이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지중해 인근의 이집트, 그리스, 고대 조각품들이 미술관의 모태가 됐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미술관에 들어서면 카이 닐센(Kai Nielsen)의 ‘워터 마더’(The Water Mother)의 조각상과 작은 실내 연못으로 꾸며진 ‘겨울정원’이 반갑게 맞는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싱그러운 정원은 말 그대로 최고의 도심 속 문화쉼터다. 동선을 따라 들어서 있는 나무 벤치에 노부부, 연인,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겨울정원을 지나 갤러리로 들어가면 마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각 갤러리가 나타난다. 작품들 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인테리어도 기원전 시대로 되돌아 간 것 처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됐다.
코펜하겐은 디자인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최첨단 건축물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들 가운데 마름모 형태와 검은색 화강암으로 설계된 왕립도서관은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코펜하겐시를 가로 지르는 뉘하운(Nyhavn)운하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바라 보는 야경은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감흥을 선사한다. 1999년 기존 건축물인 구관과 신관을 연결해 증축한 이 곳은 ‘왕립’이라는 타이틀이 상징하듯 덴마크의 전통과 역사, 미래를 아우르고 있는 신전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왕립도서관 맞은 편에 문을 연 ‘블록스’(BLOX)는 코펜하겐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중이다. 코펜하겐의 3번째 자전거·보행자 전용 다리 ‘릴레 랑게브로’가 개통하면서 더 접근성이 좋아진 이 곳에는 덴마크 건축의 과거, 미래, 현재를 보여주는 덴마크건축센터(DAC)와 덴마크디자인센터가 입주해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이라면 한번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훔레벡(Humlebæk)이라는 마을이다. 9800여 명의 인구가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코펜하겐과 함께 덴마크를 상징하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름 아닌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다시 마을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할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매년 전 세계에서 100여 만 명이 찾는 명소다.
우리에겐 미국의 루이지애나주를 연상케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 원래 이 곳에 19세기 양식의 빌라를 지은 땅 소유자가 세 명의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희한하게도 이들의 이름이 모두 ‘루이스’(Louise)여서 빌라 명칭을 루이지애나로 했다고 한다. 얼마 후 이 빌라의 새 주인이 된 크누드 젠센(Knud W.Jensen·1916~2000)은 이런 사연이 마음에 들었는지 루이지애나라는 이름을 미술관 명칭으로 사용했다.
젠센은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치즈 도매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지역의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러다 점점 소장품들이 늘어나자 자신이 예술품으로 부터 위안을 받은 것 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어 미술관을 건립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또다른 매력은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속세를 떠난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스웨덴의 오레선드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푸른 잔디 위에는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분신’이 곳곳에 자리해 자연과 바다, 예술이 공존하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풍경’이기 때문이다. 헨리 무어,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알베르토 지코메티(Alberto Giacometti),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루이스 부르조아(Louise Bourgeois),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 등 거장들의 컬렉션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뭐니뭐니 해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힘은 화려한 컬렉션에 있다. 특히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갤러리는 미술관의 ‘아이콘’이다. 갤러리의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정원의 호수와 깡마른 청동 입상의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king man)의 조화는 압권이다.
/jhpark@kwangju.co.kr
한 도시의 문화 수준과 품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과 미술관이 많을 수록, 그 도시는 살기 좋은 곳이자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척도들로 순위를 매긴 다면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명품도시다. 무엇보다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북유럽 감성의 공공디자인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를 풍요롭게 한다.
그중에서 공공도서관은 소박한 삶을 의미하는 ‘휘게라이프’의 생생한 현장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하는 전통적인 도서관과 달리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거나 아름다운 미술품과 음악을 접하는 문화발전소이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중심가에 자리한 왕립도서관은 시민들의 자긍심이다.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건물 모습이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해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도시를 관통하는 뉘하운 운하는 알록달록한 건축물과 어우러져 북유럽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
고풍스런 분위기의 미술관에 들어서면 카이 닐센(Kai Nielsen)의 ‘워터 마더’(The Water Mother)의 조각상과 작은 실내 연못으로 꾸며진 ‘겨울정원’이 반갑게 맞는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싱그러운 정원은 말 그대로 최고의 도심 속 문화쉼터다. 동선을 따라 들어서 있는 나무 벤치에 노부부, 연인,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겨울정원을 지나 갤러리로 들어가면 마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각 갤러리가 나타난다. 작품들 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인테리어도 기원전 시대로 되돌아 간 것 처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됐다.
코펜하겐은 디자인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최첨단 건축물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들 가운데 마름모 형태와 검은색 화강암으로 설계된 왕립도서관은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코펜하겐시를 가로 지르는 뉘하운(Nyhavn)운하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바라 보는 야경은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감흥을 선사한다. 1999년 기존 건축물인 구관과 신관을 연결해 증축한 이 곳은 ‘왕립’이라는 타이틀이 상징하듯 덴마크의 전통과 역사, 미래를 아우르고 있는 신전이기도 하다.
코펜하겐의 중앙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클립토테크 미술관의 ‘겨울정원’. |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이라면 한번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훔레벡(Humlebæk)이라는 마을이다. 9800여 명의 인구가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코펜하겐과 함께 덴마크를 상징하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름 아닌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다시 마을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할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매년 전 세계에서 100여 만 명이 찾는 명소다.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정원에 설치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
젠센은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치즈 도매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지역의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러다 점점 소장품들이 늘어나자 자신이 예술품으로 부터 위안을 받은 것 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어 미술관을 건립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또다른 매력은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속세를 떠난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스웨덴의 오레선드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푸른 잔디 위에는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분신’이 곳곳에 자리해 자연과 바다, 예술이 공존하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풍경’이기 때문이다. 헨리 무어,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알베르토 지코메티(Alberto Giacometti),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루이스 부르조아(Louise Bourgeois),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 등 거장들의 컬렉션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뭐니뭐니 해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힘은 화려한 컬렉션에 있다. 특히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갤러리는 미술관의 ‘아이콘’이다. 갤러리의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정원의 호수와 깡마른 청동 입상의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king man)의 조화는 압권이다.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