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에 정당한 배상 받게 한국 정부는 제발 나서지 마라”
2022년 06월 30일(목) 21:05
한-일 정부 ‘대위변제’ 논의에 강제징용 피해자 탄식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아흔이 넘은 나이에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사죄받고 싶은 마음 뿐. 지금와서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요. 우리나라가 그것밖에 안돼요?”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의 책임을 묻는 대신, 일본 정부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쏟아낸 탄식이다.

양 할머니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는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30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전범기업으로부터 사죄와 함께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인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진짜 주범은 동원 주체였던 일본 정부”라며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 소송에까지 개입해 판결 이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심지어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적반하장을 보인다”고 했다.

또 지난 4월 방일한 한일정책협의단(단장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일본 측과 만나 소위 ‘대위변제(채무자가 아닌 제3자 등이 갚는 행위)’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해법을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꾸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고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단체는 “‘대위변제’, ‘300억’ 기금 조성, ‘ 피고 기업 불참’ 등의 얘기가 피해자 측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대위변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하는 게 아니라 의무 없는 자가 모금이나 출연을 통해 거둔 돈으로 피해자에게 기부하는 것인데, 피해자들이 왜 가해자에게 기부를 받아야 하나”라고 따졌다.

정부는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매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부 1차관이 주재하고 전문가, 피해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 출범을 추진 중이다.

대법원은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해당 기업의 국내 특허권 등 재산을 압류하고 강제매각 명령을 받아냈지만 해당 기업들은 명령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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