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거대한 이야기 책’…우리만의 경쟁력 만들어야
2022년 12월 28일(수) 00:00 가가
행복해지려면 건축과 도시를 바꿔라 <45>
도시의 일상, 일상의 건축
‘로마의 휴일’ 트레비 분수
‘응답하라 1988’ 골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당산나무
영화·드라마 속 배경 ‘명소’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
ACC ‘문화광장’·‘전일빌딩245’
도시의 일상, 일상의 건축
‘로마의 휴일’ 트레비 분수
‘응답하라 1988’ 골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당산나무
영화·드라마 속 배경 ‘명소’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
ACC ‘문화광장’·‘전일빌딩245’
우리 일상은 도시와 건축, 공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도시의 일상과 일상 속 건축엔 많은 사람의 흔적과 이야기가 녹아있다. 오랜 세월 속 이야기가 쌓인 도시는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이야기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건축, 시간의 흐름 속에 인간의 삶이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감동케 하는 힘이 있다. 감동의 이야기에는 아름답거나, 편안한 도시풍경을 배경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녹아있다. 작품 배경의 많은 부분을 건축물이 담당한다. 감동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배경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사람들은 영상 속 배경이 된 곳에 흥미를 느끼고, 기억 속 건축물과 거리를 즐기고 싶어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상한 변호사 우영우(7화)’에는 도시, 풍경, 건축, 시간, 사람 등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이는 우리의 행복한 삶에 필요한 도시와 건축 환경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도시와 건축의 방향을 읽다.
‘로마의 휴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로마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훌륭한 도시유적과 풍경들을 잘 보여준다.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광장’과 남자주인공을 만나는 ‘트레비 분수’ 는 지금도 여행자들에게 영화 속 기억을 꺼내며 많은 생각과 새로운 추억 쌓기를 하는 장소다.
로마를 찾았을 때 영화의 추억처럼 주요 배경의 장소들을 걸으며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는 것만도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도시가 일상에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추억 할 이야기들을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경쟁력 중 하나다.
‘건축학개론’은 건축을 매개로 한 첫사랑 이야기다. 여주인공 서연(한가인)이 집을 새롭게 짓는 대신 기존 집의 흔적을 유지하며 증축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장면이 있다. 옛집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선택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인간의 흔적이 있으면 그 공간에는 이야기가 생기는 것처럼, 이야기가 있는 추억의 흔적을 살리는 건축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옥상에서 도시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가 왜, 옥상을 잘 활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옥상은 다양한 지붕이 만든 스카이라인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막힌 실내를 벗어나 확 트인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땅 위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옥상이다. 다른 표현으로 ‘루프탑 뷰’. 이를 강조하는 건축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잘 활용하는 옥상이 또 다른 경쟁력이다.
#드라마, 삶의 가치와 방향을 찾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동네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집 간의 경계가 없고, 이웃 간의 담이 없는 생활상을 볼 수 있다. 방의 연장은 마당이고, 마당의 확장은 골목이 된다. 골목길은 통과하는 길이 아니다. 만남의 공간이고, 놀이터이고, 추억을 쌓는 장소가 된다. 전봇대 밑, 가파른 계단, 구멍가게 앞의 평상마루는 우리의 일상을 보듬는 공간이 된다. 추억과 경험의 기억이 녹아있는 장소다.
요즘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예스러움 속에 새로움과 색다른 흥미를 느끼고, 중년을 보내는 사람들은 봄처럼 짧았던 청춘 시절 애틋한 추억과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오래된 장소의 힘으로 골목길이 주는 선물이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새로운 시선,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재생을 통해 새로운 장소가 된 곳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들이 지역 도시마다 많이 있을 것이다. 잘 발굴하고 관리하자. 이게 경쟁력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제7화는 오래된 마을과 당산나무를 지켜내는 과정을 다루었다. 도로 계획이 오랜 삶터인 마을을 관통하고, 수백년을 함께한 당산나무를 사라지게 하는 비문화적 행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행정은 ‘일관성과 효율’, 토목과 교수는 ‘경제성(가격)과 속도’, 건축과 교수는 ‘역사성(가치)과 방향’을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도시개발과 도로개설, 건축과정에서 우리의 미래유산인을 저평가, 풍요로운 삶에 필요한 중요한 것을 없애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는가? 무엇이 중요한지 잘못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일은 없는가? 자주자주 질문하고, 탁월한 사유와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광주의 유산을 생각하다.
도시 간 경쟁 시대에 어떻게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하는 것은 큰 과제다. 빛고을 광주도 마찬가지다. 앞에 소개한 영화와 드라마를 바탕으로 도시의 일상에서 일상의 건축을 찾아본다.
옛 전남도청 앞의 ‘민주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문화광장’은 오랜 이야기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억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에 이 정도 크기의 광장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광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광장의 ‘분수’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트레비 분수처럼 낭만적인 이야기를 간직한 곳은 아니지만, 아픈 역사의 기억이 예술과 결합해 희망과 추억의 분수로 승화하는 장소가 되었다. ACC의 ‘하늘마당’은 커다란 잔디광장이다. 도로 레벨에서부터 완만한 경사지를 이룬다. 건축물을 모두 지하화면서 생긴 기울어진 옥상이다. 광주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일빌딩245’는 재생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개방적인 필로티와 1층, 열린 옥상과 전망대를 시민에게 내주었다. 옥상은 권력이라는데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올려만 보던 곳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시민에게 준 것이다. 일부 미진한 부분은 계속 다듬고 보완하며 더 잘 활용되길 기대한다. 공간의 완성은 사용자의 몫이다.
‘양림동’과 ‘동명동’은 아주 오래된 골목길은 아니지만, 예스러운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유지되고 있다. 기억을 품은 건축물과 일상이 녹아있는 골목길은 수많은 이야기의 층이 쌓여 있는 곳이다. 이런 골목길이 소방도로 개설과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남은 골목길이라도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가야 한다. 흔적을 지우는 개발이 아니라 함께하는 문화적 재생이 필요하다.
‘전남·일신방직 공장 건물’은 9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계획 도로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은 건물을 헐려고 한다. 가격과 가치, 편리와 의미, 속도와 방향의 논의가 양자택일이 아니라 둘 다 취하는 탁월한 창의적 위치까지 미치게 해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만났던 시민들의 관심, 유산을 지키려는 리더와 시민운동이 있어야 한다. 때를 놓치지 말자.
‘광주읍성’은 고려시대 유적으로 천년의 기억을 간직하다 1920년대 헐렸다. 이곳 흔적의 기억을 따라 세워진 ‘광주폴리’가 있다. 폴리(Folly)의 건축학적 의미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하지만 광주폴리는 공공 공간 속에서 장식적인 역할뿐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까지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장치물로 작은 개입을 통해 도심에 활력을 넣는 역할을 한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보완하며 지속 가능한 ‘광주유산’으로 발전시키자.
#어떤 도시를 물려 줄 것인가.
“도시는 거대한 이야기책이다. 그 이야기는 걷는 자에게만 읽힌다”라는 말이 있다. 우린 어떤 이야기책의 도시를 만들 것인지, 타인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지, 자동차 중심 도시인지, 걷기 좋은 도시인지 이 모든 선택은 지금, 여기에서 도시와 건축을 지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도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건축 이해의 시작은 우리가 사는 주변 길을 애정을 가지고 걸으며 관찰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은 우리에게 도시와 건축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변과 골목을 걸으면서 접하는 삶의 흔적들은 시민들이 도시의 일상을 이해하는 시작점이고, 일상의 건축을 알아가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골목길의 정취가 있었던 마을은 없애고, 담장으로 둘러싸인 단지를 만들면서 걷기 불편한 길을 양산하고 있다. 울타리를 치고, 높은 벽을 쌓고 사는 우리 주거단지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과 깊은 성찰은 행복한 도시 만들기의 기본이다.
세계는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 도시 간의 경쟁 시대이다. 자기 유산을 잘 지키고 가꾸어 도시매력과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건축과 조경 그리고 도시 경관 등에 많은 투자를 한다. 로마, 그리스, 피렌체, 비엔나, 파리, 이집트 등은 도시와 건축물에 이야기와 신화를 입혀 자기만의 유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돈으로 먹고산다. 즉 유산-이야기-디자인-브랜드-먹거리로 연결하고 있다.
로마 여행시 들었던 가이드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곳은 조상 덕에 관광으로 먹고산다’는 말이었다. 조상들이 만든 도시와 건축 유산, 이야기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 선진국들은 지금 만드는 것 또한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문화 선진국과 뒤따라가는 국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내가 사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어떤 도시를 물려주고 싶은가? 이는 ‘뭐시 중헌디’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홍근
㈜포유건축사사무소 대표
나무심는건축인 상임대표
(전)전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전)광주·전남건축가회 회장
영화나 드라마는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감동케 하는 힘이 있다. 감동의 이야기에는 아름답거나, 편안한 도시풍경을 배경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녹아있다. 작품 배경의 많은 부분을 건축물이 담당한다. 감동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배경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사람들은 영상 속 배경이 된 곳에 흥미를 느끼고, 기억 속 건축물과 거리를 즐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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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트레비 분수는 많은 관광객들의 찾는 명소다. <출처:https://ichef.bbci.co.uk/news> |
‘로마의 휴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로마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훌륭한 도시유적과 풍경들을 잘 보여준다.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광장’과 남자주인공을 만나는 ‘트레비 분수’ 는 지금도 여행자들에게 영화 속 기억을 꺼내며 많은 생각과 새로운 추억 쌓기를 하는 장소다.
옥상에서 도시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가 왜, 옥상을 잘 활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옥상은 다양한 지붕이 만든 스카이라인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막힌 실내를 벗어나 확 트인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땅 위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옥상이다. 다른 표현으로 ‘루프탑 뷰’. 이를 강조하는 건축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잘 활용하는 옥상이 또 다른 경쟁력이다.
#드라마, 삶의 가치와 방향을 찾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동네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집 간의 경계가 없고, 이웃 간의 담이 없는 생활상을 볼 수 있다. 방의 연장은 마당이고, 마당의 확장은 골목이 된다. 골목길은 통과하는 길이 아니다. 만남의 공간이고, 놀이터이고, 추억을 쌓는 장소가 된다. 전봇대 밑, 가파른 계단, 구멍가게 앞의 평상마루는 우리의 일상을 보듬는 공간이 된다. 추억과 경험의 기억이 녹아있는 장소다.
요즘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예스러움 속에 새로움과 색다른 흥미를 느끼고, 중년을 보내는 사람들은 봄처럼 짧았던 청춘 시절 애틋한 추억과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오래된 장소의 힘으로 골목길이 주는 선물이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새로운 시선,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재생을 통해 새로운 장소가 된 곳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들이 지역 도시마다 많이 있을 것이다. 잘 발굴하고 관리하자. 이게 경쟁력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제7화는 오래된 마을과 당산나무를 지켜내는 과정을 다루었다. 도로 계획이 오랜 삶터인 마을을 관통하고, 수백년을 함께한 당산나무를 사라지게 하는 비문화적 행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행정은 ‘일관성과 효율’, 토목과 교수는 ‘경제성(가격)과 속도’, 건축과 교수는 ‘역사성(가치)과 방향’을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도시개발과 도로개설, 건축과정에서 우리의 미래유산인을 저평가, 풍요로운 삶에 필요한 중요한 것을 없애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는가? 무엇이 중요한지 잘못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일은 없는가? 자주자주 질문하고, 탁월한 사유와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광주의 유산을 생각하다.
도시 간 경쟁 시대에 어떻게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하는 것은 큰 과제다. 빛고을 광주도 마찬가지다. 앞에 소개한 영화와 드라마를 바탕으로 도시의 일상에서 일상의 건축을 찾아본다.
옛 전남도청 앞의 ‘민주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문화광장’은 오랜 이야기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억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에 이 정도 크기의 광장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광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광장의 ‘분수’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트레비 분수처럼 낭만적인 이야기를 간직한 곳은 아니지만, 아픈 역사의 기억이 예술과 결합해 희망과 추억의 분수로 승화하는 장소가 되었다. ACC의 ‘하늘마당’은 커다란 잔디광장이다. 도로 레벨에서부터 완만한 경사지를 이룬다. 건축물을 모두 지하화면서 생긴 기울어진 옥상이다. 광주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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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전일빌딩 245’ |
‘양림동’과 ‘동명동’은 아주 오래된 골목길은 아니지만, 예스러운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유지되고 있다. 기억을 품은 건축물과 일상이 녹아있는 골목길은 수많은 이야기의 층이 쌓여 있는 곳이다. 이런 골목길이 소방도로 개설과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남은 골목길이라도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가야 한다. 흔적을 지우는 개발이 아니라 함께하는 문화적 재생이 필요하다.
‘전남·일신방직 공장 건물’은 9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계획 도로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은 건물을 헐려고 한다. 가격과 가치, 편리와 의미, 속도와 방향의 논의가 양자택일이 아니라 둘 다 취하는 탁월한 창의적 위치까지 미치게 해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만났던 시민들의 관심, 유산을 지키려는 리더와 시민운동이 있어야 한다. 때를 놓치지 말자.
‘광주읍성’은 고려시대 유적으로 천년의 기억을 간직하다 1920년대 헐렸다. 이곳 흔적의 기억을 따라 세워진 ‘광주폴리’가 있다. 폴리(Folly)의 건축학적 의미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하지만 광주폴리는 공공 공간 속에서 장식적인 역할뿐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까지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장치물로 작은 개입을 통해 도심에 활력을 넣는 역할을 한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보완하며 지속 가능한 ‘광주유산’으로 발전시키자.
#어떤 도시를 물려 줄 것인가.
“도시는 거대한 이야기책이다. 그 이야기는 걷는 자에게만 읽힌다”라는 말이 있다. 우린 어떤 이야기책의 도시를 만들 것인지, 타인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지, 자동차 중심 도시인지, 걷기 좋은 도시인지 이 모든 선택은 지금, 여기에서 도시와 건축을 지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도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건축 이해의 시작은 우리가 사는 주변 길을 애정을 가지고 걸으며 관찰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은 우리에게 도시와 건축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변과 골목을 걸으면서 접하는 삶의 흔적들은 시민들이 도시의 일상을 이해하는 시작점이고, 일상의 건축을 알아가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골목길의 정취가 있었던 마을은 없애고, 담장으로 둘러싸인 단지를 만들면서 걷기 불편한 길을 양산하고 있다. 울타리를 치고, 높은 벽을 쌓고 사는 우리 주거단지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과 깊은 성찰은 행복한 도시 만들기의 기본이다.
세계는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 도시 간의 경쟁 시대이다. 자기 유산을 잘 지키고 가꾸어 도시매력과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건축과 조경 그리고 도시 경관 등에 많은 투자를 한다. 로마, 그리스, 피렌체, 비엔나, 파리, 이집트 등은 도시와 건축물에 이야기와 신화를 입혀 자기만의 유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돈으로 먹고산다. 즉 유산-이야기-디자인-브랜드-먹거리로 연결하고 있다.
로마 여행시 들었던 가이드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곳은 조상 덕에 관광으로 먹고산다’는 말이었다. 조상들이 만든 도시와 건축 유산, 이야기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 선진국들은 지금 만드는 것 또한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문화 선진국과 뒤따라가는 국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내가 사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어떤 도시를 물려주고 싶은가? 이는 ‘뭐시 중헌디’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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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건축사사무소 대표
나무심는건축인 상임대표
(전)전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전)광주·전남건축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