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2023년 05월 30일(화) 19:40
8년 전 취재차 상하이를 방문한 기자는 ‘캐타이 극장’이란 오래된 영화관을 발견했다. 갈색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외벽과 금박으로 마감된 건물 정면의 ‘CATHAY’ 로고는 주변 건물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뭐랄까, 영화관이라기 보다는 박물관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1932년 영·미 영화 전용관으로 탄생한 극장은 1990년 대 초 근대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였다. 개관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 다양성(예술)영화관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90여 년의 긴 세월이 지났지만 캐타이극장은 여전히 핫플레이스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가 즐비한 상하이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간직한 채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관 1층은 미국의 유명 패스트 푸드매장과 편집숍으로 꾸며졌지만 ‘본체’인 극장에는 클래식 영화들이 상영돼 ‘올드 & 뉴’가 공존한다. 캐타이 극장을 본 순간, 광주 충장로 5가의 광주극장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도 그럴것이 캐타이 극장과 광주극장은 수십 여 년의 역사와 예술영화관 등 유사한 점이 많다. 광주읍이 광주부(府)로 승격하던 1935년 10월1일 문을 연 광주극장은 올해로 88주년을 맞은 광주의 ‘살아있는’ 역사다. 특히 현존하는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인들의 애환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광주극장의 시간’은 녹록치 않았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방문객들이 줄어 들면서 한때 추억의 박제된 공간으로 문닫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극장을 지킨 건 열혈팬이었다. 지금도 네이버 카페 등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500여명의 후원자가 꾸준히 마음을 보태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해주는 ‘시네마테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홍수 속에서도 광주극장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 다양성 영화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받은 ‘셜리의 모든 것’, ‘위로공단’ 등 색깔있는 영화와 지난 2021년 상영시간 5시간이 넘는 ‘라플로르’ 등의 대작들을 ‘지켜낸 건’ 바로 광주극장이다.

광주 동구청이 오는 2025년 개관 90주년을 앞둔 광주극장을 ‘부활’ 시키기 위해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광주극장을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광주극장 기금사업’으로 명시하고 전국민의 기부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구는 광주극장을 근현대 문화자원으로 등록하고, 역사성이 있고 인문적 가치를 지닌 문화공간으로 되살리기로 했다. 기부금이 조성되면 우선적으로 노후된 영사기와 조명시설 등을 교체하고 오래된 건물도 개보수할 예정이다.

이번 동구청의 ‘광주극장 고향사랑기부제’는 공교롭게도 최근 강원도 원주시가 1963년 문을 연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기로 발표한 즈음에 공개돼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수십 여년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오래된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문화자산이다. 모쪼록, 90년을 넘어 100년의 역사를 잇는 동구의 ‘광주극장 부활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란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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