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비엔날레, 희망을 쏘다
2023년 11월 14일(화) 19:20
지난 달 중순, 취재차 미국 샌디에이고를 방문한 기자는 뜻밖의 장소에서 낯익은 호랑이(성파 스님의 ‘수기맹호도’)를 발견했다. 전통 민화에서 한번쯤 본적이 있는 용맹스런 모습이었다. 발보아파크(Balboa Park)입구의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 SDMA) 외벽에 내걸린 ‘호랑이’를 본 순간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건물 외벽 양쪽에 전시된 대형 포스터는 샌디에이고의 관광 1번지인 발보아파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미국 서부에서 내로라하는 SDMA에 호랑이가 등장한 이유는 바로 특별 기획전 ‘생의찬미’(Korea in Color:A Legacy of Auspicious Images, 10월28일~2024년 3월3일)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의 문화예술(K-Art)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한 순회전시로, SDMA가 러브콜을 보내면서 성사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26년 개관한 SDMA 최초의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어서인지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에 이르는 3만2000여 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한국의 전통회화 50여점을 전시한다는 건 국제미술계의 빅뉴스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빌보아파크를 방문한 미국인들은 개막을 앞둔 ‘생의 찬미’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취재일정상 관람하기 힘든 기자의 속사정을 알길 없는 SDMA 큐레이터는 “전시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예약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좀처럼 보기 힘든 전시인 만큼 꼭 관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신신당부했다.

10여 일간의 미국 출장 중 인상적인 건 K-아트에 대한 높은 관심이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를 비롯해 필라델피아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구겐하임 등 유수의 미술관들이 앞다투어 K-미술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BTS 신드롬으로 이어진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제 미술로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LACMA에서 열린 한국화가 박대성 초대전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은 현대미술이 주도하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전통산수화의 힘을 보여준 일대 쾌거로 꼽힌다.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을 주제로 내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9월1일~10월30일)가 역대 최고인 관람객 43만 명을 기록하며 두달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9개국 190여명의 작품 35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전통산수화에서 미디어아트에 이르는 수묵작품과 체험·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해 대중과 호흡하는 예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그동안 현대미술 비엔날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한 여건에서도 ‘수묵’을 특화시켜 경쟁력 있는 축제로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인 성과다. 근래 국제미술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K-아트와 궤를 같이 한다면 얼마든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수묵비엔날레가 K-아트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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