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낮에는 미니멀리즘 건축물, 밤에는 화려한 무대 ‘만끽’
2024년 01월 09일(화) 20:15 가가
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30>
세계적 거장 안도 다다오 설계
건축투어 즐기려는 방문객 발길
1300석 다목적 공연장 시그니처홀
가변형 블랙박스 U+스테이지
공연장·리허설룸·교육시설 등 갖춰
세계적 거장 안도 다다오 설계
건축투어 즐기려는 방문객 발길
1300석 다목적 공연장 시그니처홀
가변형 블랙박스 U+스테이지
공연장·리허설룸·교육시설 등 갖춰


지난 2022년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3000평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설계한 명품공연장이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배지훈>
‘초대권 없는 아트센터’
지난 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LG아트센터는 ‘문턱이 높은’(?) 공연장으로 통했다. 대중의 접근이 어려워서라가 아니라 공짜티켓을 구할 수 없어서였다. 여타 공연장들과 달리 VIP를 위한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가장 좋은 자리에 앉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LG아트센터에서는 일부 초대된 사람들의 ‘노쇼’(no show)를 보기 어렵다. 그 대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에 몰입하고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아티스트는 감동적인 무대로 화답한다.
공연계에 신바람을 일으켰던 LG아트센터가 지난 2022년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LG아트센터 서울’(센터장 이현정)이라는 간판을 달고 마곡시대를 연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기존 공연장이 스케일이 큰 대형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공연장을 떠나 서울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우로 끝났다. 개관 1년 동안 총 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LG아트센터의 연평균 관객 20만5000명 보다 40% 이상 많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개관기념공연으로 기획한 ‘사이먼 래틀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티켓은 40초만에 매진됐다. 자체 기획공연 33편 가운데 17편이 솔드아웃을 기록(평균매표율 90%)하는 등 1년간 누적방문객 이 54만 명에 달했다.
LG아트센터가 1년만에 안착을 한 것은 20여 년동안 쌓은 운영 노하우, 수준높은 기획·대관공연,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으로 연결되는 접근성이 빚어낸 결과다.
하지만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건축가의 시그니처인 노출콘크리트와 미니멀리즘으로 디자인한 공연장은 단순히 건축투어를 즐기려는 방문객이 10만 명에 이를 만큼 마곡지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공연장은 낮에는 건축물을 감상하는 이들로, 밤에는 화려한 무대를 만끽하려는 관객들로 연중 붐빈다.
‘튜브’(Tube), ‘스텝 아트리움’, ‘게이트 아크’(Gate Arc)라는 3가지 콘셉트로 설계된 LG아트센터는 1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시그니처홀(Signature), 가변형 블랙박스로 구성된 U+스테이지 등 2개의 공연장과 리허설룸, 예술교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마곡나루역에 내리면 모던한 외관의 LG아트센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마감된 모습이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지하철 역에서 LG아트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면 화사한 ‘꽃길’이 펼쳐진다. 지하 2층부터 LG아트센터의 객석 3층까지 연결된 100m 길이의 계단이다.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으로 불리는 이 곳에는 네덜란드 작가그룹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메도우’(Medow)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지하 2층부터 지하 1층 사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20개의 꽃송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꽃을 피운다. 마치 계단을 오르 내릴때 마다 피고 지는 듯한 효과를 연출한다.
스텝 아트리움을 타고 공연장 입구에 다다르면 거대한 함선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벽면이 등장한다. 길이 70m, 높이 20m에 이르는 ‘게이트 아크’(Gate Arc)로, 앞으로 13도 기울어져 있는 형상이 함선의 옆 모습을 닮았다. 역동적인 디자인은 관객들을 LG아트센터의 메인 무대인 시그니처홀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LG아트센터의 장소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튜브’다. 길이 80m, 높이 10m, 옆으로 15도 가량 기울어져 있는 이 곳은 지상을 관통하는 타원형 통로다. 튜브를 경계로 동쪽에는 공연장과 리허설룸과 교육공간이, 서쪽에는 ‘LG 디스커버리랩’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서울식물원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LG사이언스파크와 연결돼 지상의 관객들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
무엇보다 LG아트센터의 진가는 무대의 ‘퀄리티’에서 나온다.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 시그니처홀은 무대 크기와 공연에 따라 변화하는 음향 환경을 자랑한다. 예전 역삼 LG아트센터보다 2.5배 이상 넓어진 무대(가로 20m, 깊이 32.5㎡)는 4관 편성(10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 대형 공연을 아우른다.
LG아트센터의 U+스테이지는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설계한 블랙박스 공연장(365석)이다. 17개의 이동식 객석 유닛으로 구성된 시팅 웨건(Seating Wagen)을 통해 연출의도에 맞춰 자유자재로 다양한 형태의 무대와 객석을 만들 수 있다.
LG아트센터에는 공연 외에도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많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영화배우 박해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둘러 볼 수 있는 ‘셀프 오디오 투어’가 그중의 하나다. 튜브, 게이트아크, 스텝아트리움 등 주요 건축 스팟 8곳에 QR코드가 설치돼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통해 건축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식물원이 바라 보이는 옥상정원과 LG아트센터 서울의 북측 입구에 설치된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Ark 23.5’가 기다린다. 지구 자전축 23.5도에 영감을 얻은 작품은 시간을 초월해 인간과 기술, 인류와 우주가 하나를 이루는 공존의 이야기를 전한다. 거대한 OLED 화면 위에 수만개의 빛들이 수놓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감탄을 자아낸다.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는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면서 건립한 공공기여시설이다. 사업 추진 당시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을 짓기 위해 다양한 설계안이 검토됐고 지난 2016년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직접 안도 다다오에게 최종적으로 설계를 맡겼다고 한다. 설계안을 토대로 4년6개월 간 2556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3000평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LG아트센터 한동희 홍보매니저는 “지난 2000년 개관이후 동시대성, 확장성, 협업이라는 3개의 가치를 공연기획의 방향성으로 삼고 있다”면서 “동시대 관객들이 꼭 봐야 할 세계 정상급의 공연에서부터 예술가, 기획자, 창작자들의 경계없는 콜라보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지난 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LG아트센터는 ‘문턱이 높은’(?) 공연장으로 통했다. 대중의 접근이 어려워서라가 아니라 공짜티켓을 구할 수 없어서였다. 여타 공연장들과 달리 VIP를 위한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가장 좋은 자리에 앉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LG아트센터에서는 일부 초대된 사람들의 ‘노쇼’(no show)를 보기 어렵다. 그 대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에 몰입하고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아티스트는 감동적인 무대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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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뮤지컬 등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 LG아트센터 서울의 시그니처홀. |
‘잘 나가던’ 공연장을 떠나 서울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우로 끝났다. 개관 1년 동안 총 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LG아트센터의 연평균 관객 20만5000명 보다 40% 이상 많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개관기념공연으로 기획한 ‘사이먼 래틀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티켓은 40초만에 매진됐다. 자체 기획공연 33편 가운데 17편이 솔드아웃을 기록(평균매표율 90%)하는 등 1년간 누적방문객 이 54만 명에 달했다.
‘튜브’(Tube), ‘스텝 아트리움’, ‘게이트 아크’(Gate Arc)라는 3가지 콘셉트로 설계된 LG아트센터는 1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시그니처홀(Signature), 가변형 블랙박스로 구성된 U+스테이지 등 2개의 공연장과 리허설룸, 예술교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마곡나루역에 내리면 모던한 외관의 LG아트센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마감된 모습이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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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시그니처홀 입구로 이어지는 스텝 아트리움의 ‘메도우’(Medow·스튜디오 드리프트 작). 20송이의 꽃이 계단을 오르 내릴 때마다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
스텝 아트리움을 타고 공연장 입구에 다다르면 거대한 함선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벽면이 등장한다. 길이 70m, 높이 20m에 이르는 ‘게이트 아크’(Gate Arc)로, 앞으로 13도 기울어져 있는 형상이 함선의 옆 모습을 닮았다. 역동적인 디자인은 관객들을 LG아트센터의 메인 무대인 시그니처홀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LG아트센터의 장소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튜브’다. 길이 80m, 높이 10m, 옆으로 15도 가량 기울어져 있는 이 곳은 지상을 관통하는 타원형 통로다. 튜브를 경계로 동쪽에는 공연장과 리허설룸과 교육공간이, 서쪽에는 ‘LG 디스커버리랩’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서울식물원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LG사이언스파크와 연결돼 지상의 관객들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
무엇보다 LG아트센터의 진가는 무대의 ‘퀄리티’에서 나온다.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 시그니처홀은 무대 크기와 공연에 따라 변화하는 음향 환경을 자랑한다. 예전 역삼 LG아트센터보다 2.5배 이상 넓어진 무대(가로 20m, 깊이 32.5㎡)는 4관 편성(10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 대형 공연을 아우른다.
LG아트센터의 U+스테이지는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설계한 블랙박스 공연장(365석)이다. 17개의 이동식 객석 유닛으로 구성된 시팅 웨건(Seating Wagen)을 통해 연출의도에 맞춰 자유자재로 다양한 형태의 무대와 객석을 만들 수 있다.
LG아트센터에는 공연 외에도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많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영화배우 박해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둘러 볼 수 있는 ‘셀프 오디오 투어’가 그중의 하나다. 튜브, 게이트아크, 스텝아트리움 등 주요 건축 스팟 8곳에 QR코드가 설치돼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통해 건축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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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의 외부에 설치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Ark 23.5’. <사진제공=이이남> |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는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면서 건립한 공공기여시설이다. 사업 추진 당시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을 짓기 위해 다양한 설계안이 검토됐고 지난 2016년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직접 안도 다다오에게 최종적으로 설계를 맡겼다고 한다. 설계안을 토대로 4년6개월 간 2556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3000평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LG아트센터 한동희 홍보매니저는 “지난 2000년 개관이후 동시대성, 확장성, 협업이라는 3개의 가치를 공연기획의 방향성으로 삼고 있다”면서 “동시대 관객들이 꼭 봐야 할 세계 정상급의 공연에서부터 예술가, 기획자, 창작자들의 경계없는 콜라보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