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날씨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2024년 05월 12일(일) 19:35
기상이변이 부른 봄철 폭우 피해 기후재난 대책 시급

/클립아트코리아

농사꾼이 날씨 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순리대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신념에서지만, 사람의 마음과는 달리 오락가락하는 비와 같은 자연 현상을 가지고 맘 상해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며 농사를 하는 바른 방법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요즘 날씨 꼴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틀렸고,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지난달 19일은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였다. 곡우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쯤으로 양력 4월 중순에 해당한다. 곡우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도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 든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곡우엔 비는 안 오고 25도가 넘는 초여름 더위에 황사와 오존이 기승을 부렸다. 때 이른 더위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고온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행히 이틀 뒤인 주말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풍년 농사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정작 놀랄 일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입하에 생겼다. 입하는 곡우와 소만(小滿) 사이에 들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하필 청명해야 할 이날에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하루 동안 최대 26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전남지역은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고흥에서는 조생 벼 80ha가 침수 피해를 봤고, 강진과 해남에서는 맥(보리)류 85ha가 비바람에 쓰러지는 도복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등숙기에 접어든 보리와 귀리 밀은 초토화했고 사료작물은 수확을 포기했다. 이미 결속한(곤포 작업) 사료도 비에 젖어 논에서 썩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농민들이 거리에 나서 기후 재난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널뛰는 기온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며 마늘은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이 심각하고 양파는 뿌리 썩음병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예측 못 하는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마철 폭우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 한파로 발생한 냉해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상 이변에서 오는 폭염과 폭우 등에 피해를 호소하는 농업인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조량 부족 등 이상 기후로 하우스 재배 농작물의 피해가 확산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수박 모종을 심어 이듬해 4월 말에 수확하는 경남 함안 지역 내 촉성재배(봄 수확) 850농가(592㏊) 대부분에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피해가 확인돼 마음을 아프게 했다. 수확량이 준 것은 물론이고, 수박 1개 무게가 평년 평균 4∼5㎏에서 올해는 절반에 그치면서 상품성도 떨어진 탓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설작물뿐이 아니다. 노지채소 피해도 시작됐다. 수확을 두 달여 앞둔 중만생종 양파에서 무름병·노균병 등이 발생한 것이다. 올겨울 비 오는 날이 많아 과습 상태가 된 데다 일조량 부족, 일시적 한파까지 더해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오락가락 비정상적인 날씨에 비용은 더 들어갔는데 수확량 감소로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지경이니 하늘 탓, 날씨 탓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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