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돌아온 제비 덕에 환경개선 실감
2024년 06월 02일(일) 19:20
농약 줄인 친환경 농법 확산으로 농촌 더 건강해지길
새(조류) 중에서 농사와 친밀한 관계를 따지면 단연 제비가 으뜸일 것이다. 제비는 농사와의 관계를 떠나서도 인간과 아주 가까운 조류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에는 제비와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강남 갔던 제비가 빨리 돌아오면 풍년 든다’나 ‘물 찬 제비 같다’, ‘제비집이 허술하면 큰바람이 없다’ 등 하나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다. 이는 다른 조류와 달리 제비가 인가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며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습성 때문일 것인데, 제비는 인간이 오히려 자신을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 것 같다. 설화 ‘흥부전’에서 새끼 제비가 둥지에서 떨어지자 흥부가 보호해 준 것처럼 말이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주변에 둥지를 틀면 고양이나 뱀, 구렁이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을 알고 있고, 사람들 역시 제비에 대한 인식이 좋아 보호해 주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제비는 귀소(歸巢) 본능이 있어 자신의 둥지로 찾아오는데, 사람이 살지 않은 집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 제비가 둥지를 틀 때는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 제비가 집을 짓기 전에 부부 제비 중 한 마리가 날아와서 집의 처마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처마 밑에 표시를 한 후 같이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때 집주인의 성품도 관찰한다고 하는데, 인상이 좋지 않으면 다른 집에 둥지를 짓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제비는 이렇게 만든 기존 집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해서 집을 보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집을 증·개축해 새끼를 키울 보금자리를 만든다고 하니 참 알뜰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집을 내버려 두고 집 가까이에 새롭게 짓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제비집을 짓고, 절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제비는 제비집에서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비에게 제비집은 알이 부화하고 새끼를 키우는 자궁과 같은 곳일 뿐이다. 제비집 아래 쌓인 똥은 부모 제비의 것이 아니라, 새끼 제비가 크면서 본능적으로 집 밖으로 똥을 싸게 되어 쌓인 것이다. 그래서 새끼 제비가 커서 집 밖으로 나서면 그때부터 제비집은 빈집이 된다. 그리고 7∼8월경이면 우리 주변에서 더는 제비를 볼 수 없다.

그 많던 제비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제비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서란다. 제비들은 집을 짓기 위해 진흙을 퍼오고 인근에서 건초를 물어와야 하지만 논농사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농업이 비닐하우스 위주의 시설농업으로 바뀌면서 둥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제비의 먹이는 하천과 습지 주변에 사는 하루살이, 잠자리, 벌, 모기 등인데, 광주와 전남이 모두 도시화하면서 하천 등이 사라지게 돼 먹이 부족 현상으로 자연스레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사이 우리 곁을 떠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제비가 농산어촌뿐만 아니라 도시 변두리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이따금 들려오고 있는 점이다. 다시 제비가 찾아올 정도로, 살만한 곳으로 주변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일 텐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데에는 농업인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개선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논에 농약을 많이 했지만 요즘 벼농사는 거의 농약을 하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농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땅이 비옥해지고 주변 환경이 청정해졌기에 제비가 찾아오는 것 아닐까. 더불어 개구리와 메뚜기, 땅강아지, 도롱뇽까지 북적댈 정도로 농촌의 환경이 더 건강해지길 희망해본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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