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K컬처의 원동력, 국가유산- 송영희 광주시 문화유산자원과장
2024년 06월 04일(화) 00:00
지난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60년간 사용해 온 재화적 개념의 ‘문화재’대신 국제 기준과 역사와 미래가치가 담긴 유산(Heritage)의 개념이 내포된 ‘국가유산(Korean Heritage)’ 대전환시대를 맞았다.

‘국가유산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유산은 우리 삶의 뿌리이자 창의성의 원천이며 인류자산임을 인식하고, 이 가치를 보전하고 향유하며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천명하고 있다. 국가유산을 원형보전의 대상에서 통섭과 활용에 기반을 둔 재창조로 국민의 삶에 기여하고 함께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국가유산 체제로의 전환은 K-POP, K-푸드, K-드라마, K-뷰티 그리고 K-배터리, K-반도체까지. 문화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세계적인 K-컬처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화는 무엇일까? 문화는 시대에 따라 의미가 바뀌어왔는데 문화의 어원은 ‘문덕으로 백성을 교화한다’는 의미를 지닌 ‘문치교화(文治敎化)’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한시대 유향이 편찬한 ‘설원(說苑)’에 ‘무릇 무력이 흥하여 복종하지 않더라도, 문(文)으로 교화해도 바뀌지 않으면 그때 벌한다’는 기록이 전한다. 최근의 개념은 일본 메이지 유신기에 서양의 ‘Civilization’를 ‘문명’또는 ‘문화’로 설명하면서 싹트기 시작하여 이내 인간 사유의 총체인 사상과 예술로 의미가 확장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 즉 국가유산은 K-컬처의 기반이 되는 전통문화의 정수이다. 세계인이 즐기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은 전통과 국가유산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작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킹덤’은 좀비물이라는 세계적인 레퍼런스에 조선의 역사와 한옥, 복식 같은 전통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주목을 받았으며, ‘오징어 게임’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영상과 음향을 결합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광주시의 문화유산 전담부서 설치와 그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타 지자체는 ‘문화유산과’라는 명칭이 대부분이나 광주광역시는 국가유산 보존과 미래유산 발굴·활용을 위해 문화유산자원과를 설치하였다. 이것은 문화유산을 단순한 보존과 활용에 그치지 않고 광주만의 해석을 통한 재창조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는 적극적인 국가유산 활용정책 추진을 위한 광주의 의지이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의 문화력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문화력은 단순히 문화의 우수함만이 아닌 다양한 인프라가 결합되어야 발현되는 복합적인 산물이다. 다시 말해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 문화를 뒷받침하는 경제인프라, 문화를 향유하는 성숙한 문화의식 등의 다양한 요소의 결과물이 문화력인 것이다. 또한 문화는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그 가치를 올리는 시너지 자원으로 지역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이기 때문에 세계의 주요 도시는 첨단산업·인재육성과 함께 도시 문화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는 누구라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인프라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축적한 문화력은 창설 30주년이자 15회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소리꾼이 판소리를 통해 일상의 삶과 애환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처럼 세계 30개국 73명의 작가들이 공간과 존재의 울림을 광주와 비엔날레라는 무대를 통해 화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사람과 공동체의 유기적인 조화를 표방하는 판소리 정신을 현대 미술로 재현한다. 전통문화와 국가유산, 현대미술을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정신에 담아 창의적으로 해석해내는 것은 광주만이 할 수 있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 즉 문화력을 갖기를 원했던 백범 김구의 바람이 오늘날 광주의 국가유산과 비엔날레, 시민 모두의 노력을 통해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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