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정치학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8월 12일(월) 22:30 가가
사면법은 정부조직법(1948년 7월)에 이어 제정·시행된 대한민국 ‘2호’ 법률이다. 법률 제정 이유에 ‘조국의 광복과 정부수립에 맞추어 현재 각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2만명의 죄수를 사면함으로써 조국광복의 기쁨을 같이 하고 이들에게 재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라는 문구가 달렸다.
사면은 형집행 면제, 형선고 효력 상실, 복권 등으로 사법부가 내린 형량을 대통령이 고치는 것인 만큼 그 때마다 법치주의 훼손, 사법 정의와 공정성 훼손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이 포함되는 사면·복권의 경우 더 그랬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찬성 측과 대통령 자의적 법 운용,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면이라는 반박이 매번 맞섰다.
정치적 후폭풍도 크다. 전두환·노태우 사면의 경우 ‘더 이상의 정치적 보복이나 지역적 대립은 없어야 한다는 내 염원을 담은 상징적 조치’(김대중 자서전)였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같은 진심에도 전씨는 끝까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고 사망했다.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는데 성급하게 죄를 ‘면’해 줬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사면과 복권이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이자 고유권한임에도, 폭넓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다섯 번째 특별사면이 검토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도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최서원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광복절 특사’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된 지 3개월 만에 사면한 김태우 국민의힘 소속 전 서울 강서구청장(광복절 특사), 판결 2개월 만에 사면시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신년 특사) 등의 사례까지 덧붙여지면서 윤 대통령이 그토록 내세웠던 공정은 멀어졌고 상식과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면 명분으로 ‘국민화합’이 나오지 않을 리 없다. 그 명분 뒤에 숨은‘정치적 계산’을 모를 국민도 없다.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사면은 형집행 면제, 형선고 효력 상실, 복권 등으로 사법부가 내린 형량을 대통령이 고치는 것인 만큼 그 때마다 법치주의 훼손, 사법 정의와 공정성 훼손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이 포함되는 사면·복권의 경우 더 그랬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찬성 측과 대통령 자의적 법 운용,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면이라는 반박이 매번 맞섰다.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