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가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8월 21일(수) 22:30 가가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중략)/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가수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가 언젠가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소라의 표현력에 늘 감탄을 하곤 했어서이다.
좀 더 연배가 있는 이들도 기억할 ‘봄날은 간다’는 지난 2004년 ‘시인세계’ 설문을 통해 ‘현역 시인 100명이 가장 좋아한 대중가요 노랫말 1위’로 뽑혔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노래는 1954년 가수 백설희가 처음 취입했고 이후 장사익·한영애·나윤선 등 많은 가수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불렀다.
시인들의 시 역시 가수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시노래’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진행됐던 ‘포엠콘서트’의 한보리가 대표적이고 가수 안치환도 정호승의 시 등을 노래로 만들어왔다.
얼마 전 ‘음유시인문학상’을 알게 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상은 문학과 연극, 음악에 모두 관심을 가졌던 홍사용 시인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내 최초의 창작곡 문학상이다.
두번째를 맞은 올해 수상작은 “아무것도 포기 마요/울지도 마요/드넓은 수평선/잠시 내려놓고 싶었을 뿐/무엇도 없는 내 세상 바다”라 노래하는 강허달림의 ‘바다라는 녀석’이다. 순천 출신으로 ‘신촌 블루스’ 보컬을 맡기도 했던 강허달림의 목소리는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BTS 멤버 뷔가 팬들에게 여러 차례 추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수상작은 루시드폴의 ‘한 줌의 노래’였다.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을 읽거나 앨범 ‘오, 사랑’, ‘국경의 밤’ 등에 실린 곡들을 들을 때면 그의 글이 문학작품처럼 느껴지곤 했던 터라 맞춤한 수상자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비밀스럽게 문학의 손을 잡는 기적의 순간을 만드는 일이 싱어송라이터들의 소명”이라는 루시드 폴의 말처럼, “시와 노래는 원래 한몸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시인과 가수가 정성스레 보낸 선물상자를 우리는 기쁘게 풀어보면 될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시인들의 시 역시 가수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시노래’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진행됐던 ‘포엠콘서트’의 한보리가 대표적이고 가수 안치환도 정호승의 시 등을 노래로 만들어왔다.
얼마 전 ‘음유시인문학상’을 알게 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상은 문학과 연극, 음악에 모두 관심을 가졌던 홍사용 시인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내 최초의 창작곡 문학상이다.
“음악이 비밀스럽게 문학의 손을 잡는 기적의 순간을 만드는 일이 싱어송라이터들의 소명”이라는 루시드 폴의 말처럼, “시와 노래는 원래 한몸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시인과 가수가 정성스레 보낸 선물상자를 우리는 기쁘게 풀어보면 될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