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가 민선 8기 강기정 광주시장 공약 사업 등 내년도 주요 사업 예산을 400억원 넘게 대폭 삭감하고, 자신들의 소모성 국외 출장 수행비와 지역구 축제 예산 등은 100억원 가까이 증액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자치구 축제와 공원 관리 등 이른바 ‘선심성 예산’ 증액이 상당액인 것으로 드러나 2년 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주민 표 잡기식’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상임위는 광주시에서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 7조 6069억원 중 407억500만원 삭감을 결정했다. 반면 지역구 축제, 자치구 도시공원 관리, 시의원 출장비 등 시의원들과 밀접한 지역구나 조례 관련 예산은 90여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시의회 상임위에서 삭감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5·18 기념일 당일 대중교통 무료 지원을 비롯한 산단 무료 셔틀버스 지원 사업, Y 프로젝트 사업 등 강 시장 공약 관련 사업이 대부분이다.

특히 5·18 대중교통 무료 지원 사업은 시의회가 시와 함께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올해 처음으로 시행했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청 내부에선 ‘집행부 길들이기’ 예산 삭감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은 내년도 예산안에 5·18 기념일 시내버스 무료 이용 예산 2억 6800만원과 도시철도 무료 이용 지원 예산 5100만원을 제출한 상태다.

시의회는 관련 예산 삭감 배경으로 광주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연간 14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중이고, 도시철도 역시 적자를 보전하고 있는 만큼 추가 예산 지원은 적절하지 않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강 시장의 대표 공약 Y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인 ‘아시아 물 역사 테마 체험관 조성’ 사업의 경우 내년도 예산 26억32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시의원들은 광주시가 지난 10월 설계가 끝난 송산섬 테마시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방향성과 더 맞는 ‘영산강 생태 숲길 사업’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이달 중순에나 공사 계약이 가능한 체험관 공사비 예산을 미리 편성한 점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시의회는 이와 함께 광주시 전략추진단의 내년도 정책사업인 ‘융복합 프로젝트 추진’과 ‘공공기관 운영 내실화 사업’ 예산 2억 8200여만원을 전액 감액해 사실상 조직 존치 동력을 없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의회는 전략추진단이 최근 공공기관 현장 대화 행사에서 ‘시장 질문 제한 지침’을 만드는 등 물의를 빚어 존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전략추진단은 민선 8기 강 시장 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 2022년 8월 신설된 조직이다. 또한, 대변인실 인터넷방송 등의 예산도 전년과 같은 액수이지만, 이유없이 절반을 삭감하면서 직원 인건비 등이 없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의회는 이처럼 강기정 시장과 관련한 예산은 잇따라 삭감하면서도 자신들의 지역과와 연결된 자치구 사업에는 일부 보조금을 늘리고, 시의원 관련 국외 수행 여비 역시 증액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시의회는 자치구 도시공원 관리예산을 기존 25억원에서 10억원 증가한 35억원으로 늘렸고, 장기 요양법인생활시설 지원은 1억1500만원을 신규 예산으로 편성했다. 또 시의원들의 지역구 축제인 양동시장 통맥축제(2억원), 무등시장 야시장 축제(1억원) 예산을 신설하는 등 자치구나 주민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대폭 늘렸다. 시의원들의 국외 출장 수행 여비도 작년 본예산(2200만원) 대비 2000만원이나 증액했다.

내년도 본예산안 심의는 9일부터 11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13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