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14일 오후 4시, 대한민국의 운명도 300명 국회의원의 손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정당’ 담화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 국민의 관심도 이날 여의도에 집중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과 무소속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민 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을 비롯한 1차 탄핵안의 탄핵 사유 외에 대통령 지휘 아래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점 등이 탄핵 사유로 명시됐다.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선관위 당직자의 휴대 전화를 압수하고, 김어준 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업체를 봉쇄하려 한 내용 등도 탄핵 사유로 담겼다. 1차 탄핵안에 있던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윤 대통령 내외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 가치 외교, 재의요구권 남용 등은 빠졌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재적의원 300명 기준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총 192석의 범야권이 전원 출석해 찬성표를 행사한다는 가정 아래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까지 탄핵안에 공개 찬성한 여당 의원은 첫 표결에서 찬성 투표했던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더해 조경태·김상욱 ·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까지 모두 7명이다.

야권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 없는 이탈표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탄핵안에 대한 가결을 기대하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외교·국방·행정의 수반인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최장 180일 동안의 심리에 착수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며 “제 뜻은 우리 국민과 의원들에게 이미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재차 밝혔다.

한 대표는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상욱 의원에게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붉은색 목도리를 둘러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탄핵 거부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동참을 촉구했다.

이날 황정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과 법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내는 길은 압도적 탄핵 가결 뿐이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내란 수괴 윤석열은 재기를 꿈꾸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광증에 사로잡혀 대국민 선전포고 담화를 하고, 반헌법적 가짜뉴스로 민심을 분열시키겠다는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시민들도 이른 오전부터 국회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주최하는 탄핵 촉구 집회는 이날 오후 2시께 본격 시작되지만, 집회 준비는 오전 8시 무렵부터 이뤄졌다.

국회의사당 주변 식당과 찻집 등에 미리 선결재를 한 뒤 무료 나눔을 하거나 방한 용품을 나눠주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잡는 시민들도 많았다. 진보당 등도 여의도 일대 건물과 식당가를 돌며 화장실을 개방해 주고, 음식을 충분히 준비해 줄 것 등을 당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대통령실 직원들도 대대수 출근을 했지만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