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이문희 당선자
2025년 01월 02일(목) 18:30
“시와 이별하려 했는데…나의 시를 믿고 계속 쓰겠다”
아무렇지 않게 멀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가까워졌다. 나와 시가 그랬다. 그리고 딱, 애인이 그랬다. 나는 당신을 잊으려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깨끗이 손 털고 끝내려했다. 그렇게 당신에게 결별을 말하려는데 우리 다시 시작해, 라며 내 손목을 잡았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순간에는 차갑게 외면하더니, 이제와 우리 못 헤어진대요. 오년만의 화해라니! 나는 이렇게 저녁식탁에서 당선전화를 받았다.

시의 언어들은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부유하던 날들이 많았다. 잡히는가하면 어느새 미끄러져 달아나고 쓸 수 없는 절망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까봐 두려웠다. 몇 번의 최종심은 차라리 독약이었다. 희망고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독약을 삼켰고 그 희망고문으로 다시 도전했고 끝내 나의 시를 믿었다.

내 시의 최초의 독자인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의 통증의 마디인 어머니 안종모씨, 30년도 훨씬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충선씨, 이름을 불러봅니다. 제 이름 가운데에 글월문(文)을 넣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원한 내편, 영, 숙, 인, 경, 미. 동, 림, 지, 혜. 고마워요. 그대들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나무가 될게요. 시로 인해 인연을 맺은 ‘전주풍물시동인회’ 시인들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끝으로 부족한 시를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광주일보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푸르게 싱싱한 시 쓰겠습니다. 빚진 마음으로 세상을 읽겠습니다. 나는 계속 쓸게요.



▲전북 전주 출생 ▲ 2015년 계간 ‘시와 경계’ 등단
관련기사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