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파괴자에 맞서 - 김태희 역사연구자·다산연구소 대표
2025년 01월 07일(화) 00:00 가가
12월 3일 그날 밤, 사업팀과 함께 야근 중이었다. 누군가 ‘비상계엄’이 발령되었다고 말했다. 너무 비현실적인 단어에 당장 바쁜 사업 마감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날짜를 넘겨 새벽 1시쯤 귀가하는 택시에서 오래된 계엄의 추억이 떠올라 심란했다. 일행은 무사 귀가를 서로 확인하면서 아침에 광화문에서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귀가하여 TV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 모습을 살펴보니, 이미 비상계엄 해제요구를 가결하고 응답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참 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해제 담화(4시 30분경)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날 밤 국회의사당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사할 일이었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오늘의 상황에서 주목되는 책이 있다.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아서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다.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도출한 명제가, 잠재적 독재자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잡고 서서히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는 것이었다. 잘 아는 히틀러도 그랬다.
지은이는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제시했다.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다. 좀더 구체화한 체크 사항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윤 대통령의 행위와 부합했다. 윤 대통령은 아예 선을 넘었다. 평온한 시기에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선거제도를 부정하려고 행동하지 않았는가.
다행히도 우리는 잠재적 독재자로부터 민주주의를 방어할 힘이 있었다. 우선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기민하게 초동 대응했다. 놀란 시민들이 몰려들어 국회를 지켰다. 본의 아니게 동원된 계엄군 병사들은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민주화운동으로 쟁취한 87년 헌법도 기능했다. 국회해산권을 삭제했고, 헌법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 과거 쿠데타 세력을 사후에라도 응징했던 경험도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날 밤 민주주의는 그냥 지켜지지 않았다.
위 책에 의하면,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민주주의 문지기인 정당에 있다. 이 점에서 국민의힘은 실패했다. 나아가 명백한 위헌적 계엄이 실패로 끝난 후에도 국민의힘 다수는 민주주의 파괴자를 비호하고 있다. 당이 이제는 극단주의 정당으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위 책은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적인 규범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절제’를 제시했다. 극단적 정치 분열 상황이 되면, 정당 간에 정상적인 경쟁이 사라지고, 적대적 투쟁 속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려는 유혹에 굴복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틈에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반체제 집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관용과 절제, 정말 필요하다. 선이 악과 싸울 때 악한 방법으로 승리하면 결국 악이 승리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한다. 공동체적 가치를 확인하고 공존하면서 평화적으로 경쟁하는 룰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이미 민주주의 파괴자가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단계다. 이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파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 현혹된 타협이나 안이한 대응은 금물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런 허점을 틈타 등장했고 강해져서 공동체를 독재와 파멸의 길로 몰고 갔다. 이제 사법권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 히틀러와 같은 파시즘이 바이마르 헌법체제를 파괴한 것을 반성하여 나온 개념이 ‘방어적 민주주의’다. 헌법재판제도와 위헌정당해산제도가 그 대표적 내용이다.
지은이는 트럼프가 물러난 후인 2023년 후속편으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희망했지만, 현실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이어졌다.
헌법 위반행위임이 더욱 밝혀진 지금에도 민주주의 파괴자는 불확실성을 조성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거짓말과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의 ‘아무말 잔치’ 속에 극단주의자를 향해 선동하고 있다. 정당한 사법 절차에 대해서 온갖 트집을 잡는 걸 보면 불복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깝게 국민의힘도 동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기로에 섰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심 이반을 깨닫고 위헌·불법행위를 통해 독재의 길로 들어서다 딱 걸렸다. 우리 사회가 정해 놓은 사법 제도에 따라 민주주의 파괴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단호하게 물음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를 온전하게 회복해야 한다. 상식의 길이요, 평화의 길이다. 민심이 함께한다.
오늘의 상황에서 주목되는 책이 있다.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아서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다.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도출한 명제가, 잠재적 독재자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잡고 서서히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는 것이었다. 잘 아는 히틀러도 그랬다.
지은이는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제시했다.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다. 좀더 구체화한 체크 사항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윤 대통령의 행위와 부합했다. 윤 대통령은 아예 선을 넘었다. 평온한 시기에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선거제도를 부정하려고 행동하지 않았는가.
위 책은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적인 규범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절제’를 제시했다. 극단적 정치 분열 상황이 되면, 정당 간에 정상적인 경쟁이 사라지고, 적대적 투쟁 속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려는 유혹에 굴복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틈에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반체제 집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관용과 절제, 정말 필요하다. 선이 악과 싸울 때 악한 방법으로 승리하면 결국 악이 승리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한다. 공동체적 가치를 확인하고 공존하면서 평화적으로 경쟁하는 룰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이미 민주주의 파괴자가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단계다. 이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파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 현혹된 타협이나 안이한 대응은 금물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런 허점을 틈타 등장했고 강해져서 공동체를 독재와 파멸의 길로 몰고 갔다. 이제 사법권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 히틀러와 같은 파시즘이 바이마르 헌법체제를 파괴한 것을 반성하여 나온 개념이 ‘방어적 민주주의’다. 헌법재판제도와 위헌정당해산제도가 그 대표적 내용이다.
지은이는 트럼프가 물러난 후인 2023년 후속편으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희망했지만, 현실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이어졌다.
헌법 위반행위임이 더욱 밝혀진 지금에도 민주주의 파괴자는 불확실성을 조성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거짓말과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의 ‘아무말 잔치’ 속에 극단주의자를 향해 선동하고 있다. 정당한 사법 절차에 대해서 온갖 트집을 잡는 걸 보면 불복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깝게 국민의힘도 동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기로에 섰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심 이반을 깨닫고 위헌·불법행위를 통해 독재의 길로 들어서다 딱 걸렸다. 우리 사회가 정해 놓은 사법 제도에 따라 민주주의 파괴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단호하게 물음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를 온전하게 회복해야 한다. 상식의 길이요, 평화의 길이다. 민심이 함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