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강 후 신학기를 맞았지만, 12일 광주시 북구 전남대 중앙도서관(일명 ‘백도’)열람실에는 대학생들의 학업열기가 후끈했다.

새학기에는 대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캠퍼스 생활을 즐기거나 동아리 활동 등을 하는것이 대부분이지만, 학생들의 발길은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에는 고학년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에 열을 올렸지만, ‘1학년 새내기는 놀아라’는 말은 옛말이 돼 1~2학년 저학년들부터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해 대학생활 대신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일 한국경제인협회의 ‘2025년 상반기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의 61.1%가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않거나 채용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고있다.

그나마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 28.6%는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의 고조 등에 따라 채용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취업준비생들은 좁디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백도 지하 1층에서 이날 열린 채용설명회장에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부터 졸업생들까지 몰려 북적였다. 이날 채용설명회에는 광주지방법원과 대기업 2곳이 참여했다.

지난달 화학공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졸업을 한 김유정(여·29)씨 역시 이날 취업설명회에 참여했다.

김씨는 “석사학위는 있지만 최근 취업이 어려운 분위기라 자소서 첨삭도 여러차례 받고 영어 스피킹 자격증도 따려고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분위기라 불안감도 있다.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부담도 적지않아 조급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대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4학년 유재욱(26)씨도 화학분석기사와 데이터분석 준전문가 자격증(ADsP) 등 각종 자격증을 따뒀지만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유씨는 “최근 취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분야를 넓히려고 철강 관련 제선기능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며 “매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공부를 하고 있지만 취업 문턱을 넘는 게 어려워 무리해서 대기업을 고집하기보다 눈높이를 낮추려고 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취업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취업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저학년 대학생들도 미리부터 대비에 나서 도서관 열람실이 북적였다.

화학과 김모(21)씨는 아직 2학년이지만 강의시간이 빌 때마다 도서관에 들러 학과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김씨는 “선배들이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미리부터 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며 “아직 취업 준비를 할 시기는 아니지만 미리 학점관리를 하고 자격증을 따둬야 취업경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일부 취준생들은 “광주·전남은 수도권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취업기회도 적다”며 수도권으로 떠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정희수(여·25)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서울에 취직한 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학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광주에 있는 것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학원이나 스터디그룹도 다양하고 정보가 많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상경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최근 어려워진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경력을 쌓아야하는데 광주에는 인턴이나 계약직 일자리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