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백수린 지음
2025년 03월 21일(금) 00:00 가가
삶이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선택할 수 있다
‘여름의 빌라’, ‘눈부신 안부’ 등 소설가 백수린의 작품은 온기를 품고 있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어 보면 더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백수린의 신작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이 나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름의 빌라’ 이후 4년간 써내려간 소설 일곱 편을 모은 책이다.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픈 구석 몇 군데씩은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주어진 빛이 아닌, 스스로 만든 빛”을 비추며 다시 살기 시작한다.
첫번 째 소설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딸과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인 칠십 대 노인 옥미와 그가 키우는 앵무새다. 사위에게서 앵무새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녀는 무심했던 앵무새에게 점점 마음을 열며 감정을 이입하고, 앵무새를 통해 과거와 화해한 후 앞으로 한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것은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기어코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흰 눈과 개’는 사이가 좋지 않은 딸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딸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던 ‘그’는 딸이 입양아 출신 영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혼 후 스위스 제네바에 정착한 딸은 아버지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을 보여주기 위해 부모를 초청하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관계는 더 꼬이고 만다. 어느 날, ‘매일 같은 시간 개와 함께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본 그는 딸에게 산책을 제안하고, ‘세 다리’만으로 폴짝 폴짝 뛰고 눈밭을 뒹구는 개를 바라보며 부녀는 서로의 상처를 헤아리고 이해한다.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는 대학교의 유적 답사 동아리 회원이었던, 사십대 후반에 접어든 세 친구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호우豪雨’의 주인공 소희는 한 때 작가를 꿈꿨을 만큼 책을 좋아하고 상상 속에 빠져드는 걸 좋아한다. 화분이 많은 파란 대문집을 지날 때마다 늘 마치 ‘정물처럼’ 앉아있던 한 노인을 만난 그는 어느 날 화분이 모두 사라진 모습에서 노인의 죽음을 예감하며 상념에 빠져든다.
‘눈이 내리네’는 이모할머니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머물며 대학생활을 시작한 다혜가 바라본 할머니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앞선 두 소설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 여행지 리조트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백수린의 신작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이 나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름의 빌라’ 이후 4년간 써내려간 소설 일곱 편을 모은 책이다.
첫번 째 소설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딸과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인 칠십 대 노인 옥미와 그가 키우는 앵무새다. 사위에게서 앵무새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녀는 무심했던 앵무새에게 점점 마음을 열며 감정을 이입하고, 앵무새를 통해 과거와 화해한 후 앞으로 한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것은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기어코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호우豪雨’의 주인공 소희는 한 때 작가를 꿈꿨을 만큼 책을 좋아하고 상상 속에 빠져드는 걸 좋아한다. 화분이 많은 파란 대문집을 지날 때마다 늘 마치 ‘정물처럼’ 앉아있던 한 노인을 만난 그는 어느 날 화분이 모두 사라진 모습에서 노인의 죽음을 예감하며 상념에 빠져든다.
‘눈이 내리네’는 이모할머니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머물며 대학생활을 시작한 다혜가 바라본 할머니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앞선 두 소설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 여행지 리조트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