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과 그린벨트의 기능 변화-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5년 03월 24일(월) 00:00
서울과 5대 광역시에 50년 전부터 지정, 유지돼 오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정부의 최근 해제 발표로 들썩이고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할 목적으로 1971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대도시(국토 면적의 5.45%)에 지정되었다. 광주권은 광주와 주변 4개 시군으로 광주 도심을 마치 도넛처럼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데 그 면적이 554.73㎢에 이르며 1973년 지정되었다. 그 중 광주시에 해당한 면적은 243.67㎢로 이는 광주 행정구역의 48.6%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엄격한 단속으로 대도시 주변을 그린벨트화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이 서로 연접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콤팩트하게 성장하게 하는 도시관리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입증되었다. 그린벨트가 없었더라면 줄어들었을 농지와 산지가 자연상태로 보전된 것 또한 커다란 성과이다.

하지만 영국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70%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사유재산권 제한에 대한 끊이지 않는 갈등이 그린벨트의 최대 문제점이다. 인접 지역은 도시화로 개발되는데 내 땅은 주택 하나 마음대로 지을 수 없고 팔리지도 않으면서 재산세만 냈으니 저항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또한 개발압력이 높은 시가지 내에서 개발가용지가 소진되면 주택이 부족하고 토지가격은 상승하지만 그린벨트에 가로막혀 토지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다. 결국 그린벨트를 넘어 분당, 일산 등 신도시처럼 개구리 뜀뛰기식 도시개발을 초래하여 도시민들의 낭비적인 통근을 초래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지정된 지 20년이 되어 갈 무렵인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경기장과 선수촌을 건설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였다. 김대중 정권 때는 상당한 해제지역이 나왔고 박근혜 정권 때도 일부 해제됐다. 문재인 정권 당시 수도권 아파트 용지 확보를 위해 해제를 시도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완강히 반대해 좌절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15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권역별로는 부산권 3곳, 대구권 1곳, 광주권 3곳, 대전권 1곳, 울산권 3곳, 창원권 4곳으로, 총면적이 42㎢가 넘는다. 광주권은 미래차 국가산단, 전남 장성 나노 제2일반산단, 담양 제2일반산단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15개 지역은 크게 두 가지 규제 특례를 받는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 총량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별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면적 총량이 정해져있는데 이들 지역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그린벨트 해제가 어려웠던 환경평가 1, 2 등급지도 대체지를 지정한다면 해제할 수 있다.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 면적이 대대적으로 증가하는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이후 17년 만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이 비수도권 지역의 최대 현안인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대도시권 경쟁력, 초광역권 공간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청년 등 생산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이 소중한 ‘벨트’가 적절하게 활용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반세기 전에 설정한 그린벨트의 목적에 이제 변화가 오고 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개발지구의 경계를 보면 가늘고 긴 비정형의 쓸모없는 구역이 포함된 경우들을 많이 본다. 이는 환경평가 1, 2 등급지를 해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지 형상이 좀 더 정형화될 수 있도록 1, 2 등급지를 유연하게 포함하는 것도 효용성 있는 방안이다.

정부에서는 그린벨트 내 ‘지역전략사업’을 선정하여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균형발전사업이 지방소멸을 막아내는 방어막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결과는 미지수이다. 광주를 비롯한 대도시들의 경쟁력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토지이용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도 영남에 비하면 우리지역에서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