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너무나 몰랐던 우리의 이웃] ⑥ 종교 문화갈등 없어야
2008년 02월 10일(일) 19:23 가가
“사장님, 무슬림에게 삼겹살 회식 강요 마세요”
설 연휴이자 금요일이었던 지난 8일 광주시 북구 양산동의 한 조립식 건물에는 이슬람 전통복장에서 청바지까지 다양한 옷차림을 한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슬람의 휴일인 금요일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평소 금요예배에 참석하는 무슬림은 2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날은 50여 명이 넘는 수가 모였다. 설 연휴라 회사가 문을 열지 않아 금요예배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70㎡의 비좁은 예배실과 사무실이 전부지만 이곳은 광주지역 유일한 이슬람 사원이다. 박봉의 이슬람권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수년간 모은 돈으로 지어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자들 성금 모아 임시 회교사원 마련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예배실 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자 무슬림들은 일제히 메카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납작 엎드렸다가 앉고 다시 일어서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개인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눈 뒤 이야기 꽃을 피웠다.
히다얏(33·인도네시아)씨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금요예배는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업주가 금요일 예배를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다얏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평동공단에서 양산동까지 와서 예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평소에는 혼자서 메카를 향해 기도를 했었다”고 말했다.
하리스(29·인도네시아)씨는 히다얏씨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업주가 허락해줘 금요예배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종교 무시 … ‘예배 공간’ 부족
하지만 금요예배에 참석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리스씨도 지난해 10월 이슬람 교도에게 의무인 라마단(금식월)을 치르면서 한국인 노동자들과 마찰을 겪어야만 했다. 해진 후와 해가 뜨기 전에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라마단 기간에는 새벽 4시쯤 일어나서 식사를 하는데, 잠을 자고 있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시끄럽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하리스씨는 “처음에는 공장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를 해줘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비록 가족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사회 전체가 쉬는 날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같은 나라 사람들과 만나 고국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이슬람 교도들의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다.
하산(31·파키스탄)씨는 사업주로부터 명절 연휴동안 많이 쉬었으니 일요일 나와서 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산씨는 “한국인 명절에 외국인은 쉬지 말라고 하고, 무슬림들의 행사인 ‘이드 축제’(라마단이 끝나고 여는 축제)때 잠시 기도를 하겠다고 했을 때에 바쁘다며 못하게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로 오기 전 대전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알렉스(24·파키스탄)씨는 이슬람 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사업주 때문에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다. 돼지고기를 먹지않는 이슬람교도의 관습을 무시하고 회사 사장이 회식자리에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은 대략 3만 5천여 명. 광주지역의 경우 2005년께 500명으로 추산되던 무슬림 인구가 최근에는 1천여 명까지 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등 이슬람권 이주노동자들이 꾸준히 늘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 종교인데다 ‘이슬람교도들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다문화 사회 위해 배려와 관심을
하리스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오사마 빈 라덴을 좋게 생각하냐?”는 질문부터 받았는가 하면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됐을 때는 이슬람 전통복장을 하고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하리스씨는 “기독교인이 나쁜 짓을 했다고 기독교 전체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무슬림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부 무슬림의 잘못 때문에 이슬람 전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 외국인 노동자센터 조용석 상담원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미기자 emlee@kwangju.co.kr
평소 금요예배에 참석하는 무슬림은 2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날은 50여 명이 넘는 수가 모였다. 설 연휴라 회사가 문을 열지 않아 금요예배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70㎡의 비좁은 예배실과 사무실이 전부지만 이곳은 광주지역 유일한 이슬람 사원이다. 박봉의 이슬람권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수년간 모은 돈으로 지어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자들 성금 모아 임시 회교사원 마련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예배실 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자 무슬림들은 일제히 메카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납작 엎드렸다가 앉고 다시 일어서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개인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눈 뒤 이야기 꽃을 피웠다.
히다얏(33·인도네시아)씨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금요예배는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업주가 금요일 예배를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다얏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평동공단에서 양산동까지 와서 예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평소에는 혼자서 메카를 향해 기도를 했었다”고 말했다.
하리스(29·인도네시아)씨는 히다얏씨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업주가 허락해줘 금요예배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종교 무시 … ‘예배 공간’ 부족
하지만 금요예배에 참석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리스씨도 지난해 10월 이슬람 교도에게 의무인 라마단(금식월)을 치르면서 한국인 노동자들과 마찰을 겪어야만 했다. 해진 후와 해가 뜨기 전에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라마단 기간에는 새벽 4시쯤 일어나서 식사를 하는데, 잠을 자고 있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시끄럽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하리스씨는 “처음에는 공장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를 해줘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비록 가족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사회 전체가 쉬는 날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같은 나라 사람들과 만나 고국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이슬람 교도들의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다.
하산(31·파키스탄)씨는 사업주로부터 명절 연휴동안 많이 쉬었으니 일요일 나와서 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산씨는 “한국인 명절에 외국인은 쉬지 말라고 하고, 무슬림들의 행사인 ‘이드 축제’(라마단이 끝나고 여는 축제)때 잠시 기도를 하겠다고 했을 때에 바쁘다며 못하게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로 오기 전 대전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알렉스(24·파키스탄)씨는 이슬람 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사업주 때문에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다. 돼지고기를 먹지않는 이슬람교도의 관습을 무시하고 회사 사장이 회식자리에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은 대략 3만 5천여 명. 광주지역의 경우 2005년께 500명으로 추산되던 무슬림 인구가 최근에는 1천여 명까지 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등 이슬람권 이주노동자들이 꾸준히 늘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 종교인데다 ‘이슬람교도들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다문화 사회 위해 배려와 관심을
하리스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오사마 빈 라덴을 좋게 생각하냐?”는 질문부터 받았는가 하면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됐을 때는 이슬람 전통복장을 하고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하리스씨는 “기독교인이 나쁜 짓을 했다고 기독교 전체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무슬림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부 무슬림의 잘못 때문에 이슬람 전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 외국인 노동자센터 조용석 상담원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미기자 emle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