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산지와(30·스리랑카)씨는 전남 지역의 한 창틀 제조공장에서 일하면서 한 달 임금 110만원을 받고 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단 14만원이다.
가족들에게 매달 송금하는 60만원과 월세 20만원, 보일러 기름값 8만원, 휴대전화 요금 8만원을 제하고 남는 이 돈으로 한달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별도로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방값과 기름값 28만원은 그의 생계를 옥죄는 목돈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지난해말 국내 거주 외국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3주년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의 외국인 근로자 32%가 주택에서 자취를 통해 한 달 평균 16만∼2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 가량인 46.7%는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와 회사 사택에 거주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씩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17.3%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 문제다. 이들은 회사 내 휴게실, 컨테이너 박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있다.
광주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 등에 기숙사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노동자들의 경우 정주공간이 아닌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섀시 공장에서 일했다는 플라모(33·라이베리아)씨는 “컨테이너에는 몸을 씻을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아 공장에 달려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며 “특히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깔고 생활하기 때문에 방안 공기가 아주 차거워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거나, 국내 체류기간을 넘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복지시설에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세네갈, 케냐 등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광주 외국인 근로자문화센터 등 복지시설이 없을 경우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피부색 때문에 취업이 잘되지 않는데다 수입이 없어 마땅히 생활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외국인 노동자들 간의 차별의 아픔을 겪는 이들도 있다.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지만 검은 피부를 가진 이들과 숙식하기를 꺼리는 ‘왕따’ 분위기 때문에 외국인 복지시설 등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천영 외국인근로자 문화센터 소장은 “아프리카계 노동자들의 경우 고용주들이 고용을 기피해 숙식은 물론 기본적인 생계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사용자, 노동자들의 인식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취 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 스리랑카인 수라즈(27)씨는 광주 하남 산단의 사출업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비좁은 단칸 방에서 동료 4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에 4명이 한 자리에서 ‘칼잠’을 자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출근을 위해 세면과 샤워를 먼저하기 위해 다투느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수라즈씨는 “지금 같은 한 겨울에는 하남산단의 일감이 줄어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달 방세 등 생활비 22만원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다”며 “이런상황에서는 일자리 얻는 것도 어려워 기숙사를 제공하는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꿈꿀 처지도 못된다”고 말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