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는 것은 차별받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몸이 불편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4년째 차량봉사를 하고 있는 이승남(39)씨는 “광주·전남지역에만 1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살고 있는 만큼 최소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5∼6명의 차량봉사자들과 매주 돌아가면서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를 찾는 이들의 발이 돼주고 있다. “그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해서 선뜻 봉사를 한다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씨는 지난 2005년 건강센터가 개소할 당시 ‘차량자원봉사자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본인이 직접 나선 경우다. 수년 전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본 것도 마음을 먹게 된 계기다.
광주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어깨동무 어린이집’의 원장이자 조합장이기도 한 그는 휴일이 되면 아이들의 통학차량으로 사용하는 12인승 승합차를 말끔히 세차한다. 평소 아이들을 태웠던 그의 승합차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랑의 ‘통원차량’이 된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