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5시 함평군 월야면 월야리 (주)캔택(CANTECH·대표 김영신) 공장. 오후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 여럿이 눈이 띄었다. 이 공장은 110명의 직원 가운데 외국인이 29명이나 될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우리 사장님 마음 좋아요. 옛 추억을 잊지 못하고 한국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마만(35)씨는 김영신 대표와 함께 일했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다시 공장을 찾은 경우다. 그는 캔택이 설립되기 전인 1999년 광주의 한 공장에서 김 대표를 처음 만났다. 이후 5년간 함께 근무를 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김 대표와 헤어지게 됐고, 한국에 재입국했을 때는 공장이 옮겨진 탓에 회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 전 광주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김 대표의 공장 소식을 듣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함평으로 내려왔다.
그는 “명절 때면 저희를 집으로 초청해 떡국과 음식을 나눠주고 세뱃돈까지 챙겨주던 사장님을 잊지 못하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며 “그동안 냉·난방 시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야했지만 이젠 침대까지 갖춰진 기숙사에서 편하게 쉴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캔택에는 마만씨처럼 제 발로 공장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가 10여 명이나 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가족처럼 이끌어주는 직원들과 어떤 공장보다도 좋은 근로조건이 입소문을 타면서 생긴 일이다.
공장 내에는 용접·가공·프레스·설비지원·조립 등 각 팀별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각종 애로사항을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외국인들의 숙소다. 70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사내 기숙사는 개인용 침대는 물론, 에어컨과 히터, 청소기까지 갖춰져 있다. 또 기숙사 내 직원식당에서는 1식 4찬을 기본으로 세끼 식사를 모두 제공하고 있으며, 입맛에 맞는 고향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공장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최창오(47) 이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되도록 많은 돈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임금 또한 내·외국인을 구별을 하지않고 능력별로 차등지급하기 때문에 내국인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다”고 말했다.
숙식은 물론 작은 씀씀이까지도 챙기는 회사 분위기 덕분에 고국에서는 벌써 ‘부자’ 대열에 합류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베트남 출신인 토아(33)씨.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그는 3년4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4천여 만원을 모아 가족들에게 보냈고, 이 돈으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집 두 채를 마련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카르위담(32)씨도 고향 자바와 수도 자카르타에 집을 한 채씩 구입했다.
쉽게 모은 돈은 아니지만 고향에서 만큼은 두 사람을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처럼 캔택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코리안 드림’이라는 말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주)캔택은 중·소형 LPG 저장탱크와 생산설비를 제작하는 업체로 지난해 함평군으로 공장을 옮겼으며, LPG 저장탱크 생산분야에서는 한국시장의 20∼3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기청으로부터 TS16949 품질인증시스템 획득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ISO 9001(산업기계) 획득과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일본 도요타 그룹과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올해부터 제품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