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에 무려 평균 200번, 시간으로 따지면 약 8분에 한 번 꼴로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만약 누군가가 오늘 하루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그 말 자체가 거짓말이거나, 그 사람은 하루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그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하물며 자신의 재산 또는 신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사건에서는 그러한 거짓말은 더더욱 늘어나게 된다.

사람의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우리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배웠고, 심지어 성경에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 하지마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사람이 하는 거짓말 중에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위증하는 경우와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는 형법에 의해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거짓말이 자칫 잘못하면 무고한 사람이 처벌을 받게 하거나 실체와는 다른 판단을 하게 하는 등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나아가 형사사법절차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 ‘거짓말쟁이’가 범행의 유일한 목격자이거나 목격자가 없는 범행의 피해자인 경우 또는 은밀하게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범행의 관련자(뇌물사건, 간통사건 등)라면 그 사건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러한 사건의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는 ‘거짓말쟁이’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검사가 사건관계인들의 수많은 거짓말 중에 실체 진실을 단번에 가려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또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컨대 검사라고 딱히 거짓말임을 쉽게 판명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검사는 어떻게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는가, 그 비법은 바로 ‘상식에 부합하는 수사’다. 즉,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수사를 하다가 보면 사건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다. ‘법률’을 다루는 세계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보면 때로는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감각이나 상식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상식에 부합하는 수사를 통하여 내린 결론은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신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건의 ‘진실’은 모두 파악하기는 힘들 때가 있다. 당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려고 달려들면 이를 분별해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검사실에서 대질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앞에 앉아 있는 양 당사자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분명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이를 단번에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매우 보람된 일이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그 이면에는 반드시 수많은 거짓말과 싸워야 하는 숙명이 있다. 때로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사건이 떠나지 않아 고민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 역시 상당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신이 아니다. 상식에 맞게 판단하자. 다른 사람이 판단을 해도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판단하자”라고 스스로 다스려 본다. 검사는 법률전문가이지만, 역시 인간이어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거짓말과 싸우는 숙명을 가진 검사에게 있어 거짓을 가려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정의의 여신인 디케는 두 눈을 가리고 저울과 칼을 들고 진실을 판단한다. 신이 아닌 필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해 실체 진실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매일 검사로서 수사하고, 처리하는 사건에서는 거짓말에 기초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건 당사자와 기록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볼 것을 다짐한다.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