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나름대로 사회 규범 내에서의 의무를 다했고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인간관계에서 매끄럽지 못하게 남은 앙금과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를 요즘은 ‘2% 부족할 때’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P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많은 직장생활에서 가끔 동료나 후배들과 나누는 식사 자리는 중요한 활력소 역할을 한다. 더구나 상대편 쪽에서 뭔가 신세진 일이 있다고 생각해 저녁 대접을 한다니 더더욱 즐거울 뿐이다. 어찌 반주가 빠지겠는가, 한 잔, 또 한 잔 하다가 어느새 얼굴이 빨개졌다.

시간이 흐르자 함께 자리를 하던 동료는 먼저 택시를 타거나 대리운전을 불러 귀가하고 마지막 남은 자들끼리 한 잔 더 하다가 결국은 다 돌아가고 P씨만 남았다. 그런데 P씨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고, 취중에 자신이 차를 몰았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 잠이 들었다. 결국 누군가가 신고를 했고 경찰서로 연행된 P씨.

나중에 P씨의 소식을 들은 동료는 이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물론 P씨는 성인이고 자기 일은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당시에 동석했던 동료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배려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군가 P씨가 술이 약하다는 것을 눈치챈 일행 중 한 사람이라도 그를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택시를 태워 보냈다면, 아니면 대리운전이라도 불러줬다면 P씨의 현재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도로에 잠들어 있다가 적발됐기 망정이지 상대방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고의 가해자가 됐다면 결론은 더 끔찍했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로 예방할 수 있는 범죄가 적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A군과 피해자 B군이 그렇다.

조직적인 배후세력이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의 넘쳐나는 에너지에 장난기 충만과 절제력 부족이 더해지면서 끊임없는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 교육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다.

반에서 체격이 가장 크고 성질 급한 A군이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데, 몸집이 작은 B군이 그 옆을 지나가다 A군을 건드렸다. 순간 잠이 깬 A군은 “누구냐”라고 소리치면서 B군을 가격했고 B군은 이내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간 A군의 어머니는 작고 약한 B군의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가엾고 미안해 가슴이 찡했다. B군을 꼭 껴안으며, “얼마나 아프니? 아줌마가 아들을 잘못 키워서 그런다. 용서하렴.”이라면서 눈물을 떨궜다. A군은 물론 B군도 울고, 그리고 두 엄마도 모두 울고 말았다.

이후 A군은 불편한 B군의 가방을 매일 들어주고 심부름도 도맡았으며, 그 과정에서 둘은 친해졌다. A군의 어머니는 B군의 치료비는 물론 불편한 팔 때문에 망가진 교복이며, 간식 등을 제공하며 서서히 사건은 잊혀졌다.

이때 A군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만 감싸며 “배상해주겠으니 손해가 있으면 청구해라”는 태도를 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선량한 B군이라고 할지라도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요구하게 됐을 것이고 A군과 B군의 사이는 더 멀어져 이 둘의 학창생활은 더 꼬였을 것이다.

변호사로서의 업무는 ‘법적 책임’에 관한 일이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로 2%를 채워줌으로써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손실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