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각색이라는 말처럼 사람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기에 다툼은 어쩌면 필연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법원에 해결을 요구하는 소송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지난 2년 동안 민사소송을 담당하면서 여러 다툼의 모습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해묵은 감정 때문에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울 것 같은 이웃 사이에, 형제 사이에, 신앙공동체 사이에 벌어진 다툼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 당사자들도 법원이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을 하면 모든 것을 승복하겠다고 법정에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해묵은 감정이 쌓여 벌어진 사건이 칼로 두 도막을 내듯 풀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판결에 불복하는 사건이 많다는 또 다른 사실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다툼이 있는 소송에서 법원은 ‘조정’을 통해 당사자가 서로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원만한 해결을 이루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조정절차에서 당사자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규칙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본 후 서로 양보함으로써 다툼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정은 판결이 갖지 못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조정이야말로 올 한해 화두였던 소통과 치유가 가장 잘 이뤄지는 마당이라고 생각하고 법원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동안 쌓인 감정이 어찌 한 번의 만남과 소통으로 다 해결될 수 있을까마는 너무 격하거나 과한 말로 어렵게 마련한 소통의 장을 닫는 일만은 삼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시골에 사는 이웃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려고 마련한 조정절차에서 당사자들이 원색적으로 다투는 것을 보았다. 이에 필자는 “원·피고 두 분이 모두 연세도 지긋하시니 여생을 생각하셔서 서로 양보하고 화해해 보셨으면”하고 권했다가 다음 조정기일에 한 당사자로부터 “판사님이 저더러 늙었으니 죽으라고 했지요”라고 하면서 화를 내는 바람에 졸지에 막말하는 사람으로 몰렸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맺힌 것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활을 멀리 쏘려면 그만큼 시위도 자신 쪽으로 더 당겨야 하듯이 화를 냄으로써 상대방이 받은 상처만큼 자신 또한 상처를 받게 되는 것과 같고, 다른 생물과 달리 사람이기에 얽힌 매듭은 스스로 풀 수 있다고 배웠다. 다툼의 해결을 통해 최종으로 이루려는 것이 행복이라면 극단적으로 어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마음의 앙금은 조금이라도 스스로 털어내는 것이 어떨까?

올해도 이제 거의 끝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해가 오고 있다. 뒤는 이제 그만 돌아보시고 앞에 놓인 새 길을 보셨으면 한다. 나날이 춥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광주지방법원 민사 19단독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