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잊어버린 땅에 왔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927년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외쳤다.

인도의 세계 최장편 서사시 ‘라마야나’를 차용한 무용극과 인형극이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공연되고 왕가의 저택에 라마의 그림이 걸려 있는 모습은 그를 흥분시켰다. 타고르는 ‘훌륭한 이야기’가 얼마나 큰 전파력을 가지고 있는 지 현장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서양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 비견되는 ‘라마야나’는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 태국 등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 그 흔적을 남겼다.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라마야나’나 또 다른 대서사시인 ‘마하바라따’를 영화로 찍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양의 문화 자원은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 ‘재탕, 삼탕’의 그리스·로마신화는 진부해졌고, 할리우드는 첨단 컴퓨터그래픽기술로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데 주력할 뿐이다. 이병훈 아시아문화경제원 원장은 “대안은 넘쳐나는 아시아의 문화자원”이라고 단언했다. 아시아 각 나라의 설화부터 디자인 요소까지 아시아 문화가 부상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야기의 실을 엮어 촘촘한 뜨개질로 ‘아시아 문화의 틀’을 짜고 있다. 광주를 ‘아시아 문화가 태동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미래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교류와 창조의 플랫폼이 될 것을 꿈꾼다.

광주일보사는 광주가 ‘아시아 문화 시대’의 열쇠가 되기를 염원한다. 지난해 창사 60주년을 맞아 연재를 시작한 대하 기획물 ‘아시아 문화원류를 찾아서’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거쳐 새해 인도로 떠난다. ‘라마야나’와 ‘마하바라따’의 이야기가 숨쉬는 인도 곳곳을 둘러보고,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집중조명할 예정이다.

‘라마야나’는 2만4000시절로 이뤄진 세계 최장편의 서사시로, 코살라국 왕자 라마의 파란만장한 무용담을 담고 있다. 인도인에게 정절의 화신이 된 왕자비 시타와 효의 상징 동생 바라타, ‘서유기’의 모태가 된 원숭이신 하누만의 활약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천이다. 라마야나와 더불어 인도 문명의 두 기둥으로 불리는 ‘마하바라따’는 고대 인도의 지혜와 상상력을 모은 백과사전이다.

12억 인도인의 역사와 종교, 삶이 담긴 ‘이야기 보따리’가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길 기대한다.

/ exi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