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출근길에 종종 택시를 이용하곤 한다. 택시에 타 목적지를 ‘검찰청’이라고 하면 많은 택시기사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무섭다”고들 한다. 독자들은 ‘검찰청’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가. 출근길에 만난 택시기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검찰청을 막연히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검찰청은 왜 ‘무서운 곳’일까. 아니, 검찰청은 정말 ‘무서운 곳’인가.

검찰청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해 공소를 유지하며, 형을 집행하는 법무부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다. 이렇게 하고 보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검찰청은 ‘무서운 곳’일 수 있겠다. 아니, 당연히 무서운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당사자로서, 또는 그 당사자들의 주변인들로서 검찰청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보다 검찰청을 접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검찰청을 경험해 본적도, 잘못한 적도 없는 선량한 일반 시민들에게조차 검찰청이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그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내는 것은 무리일 것이나, 감히 추측하건대 검찰이 행사하는 권한이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비춰져서가 아닐까 한다.

언론에 거론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정치·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중요사건, 대형사건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건들 속의 범죄자들에게는 그들의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칼끝을 겨누는 검찰청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이를 지켜보는 선량한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도 검찰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무서운 곳이 돼 버린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러한 중요사건, 대형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존재하였을지도 모를 잘못된 검찰권의 행사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러나 다시 한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검찰은 이러한 대형사건들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당장 내가, 그리고 내 가족, 지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일반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내가, 내 가족과 지인이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청은 그때 바로 피해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지자가 돼 줄 수 있는 곳이다. 앞서 살핀 검찰청의 의미를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피해자 대신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자를 밝혀내 기소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곳인 것이다.

또 검찰청은 이와 같이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피해자 구조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협력해 피해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해 치료비나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검찰청 내 피해자지원실을 운영하면서 장해구조금, 유족구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검찰청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가 피해자들로부터 “검찰청이 무서운 곳인 줄만 알았으나 직접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단순한 폭력사건이나 소액의 사기 사건 등은 어찌 보면 소소한 일반 형사사건일지 모르나, 피해자들에게는 어떠한 큰 사건보다 중요하다. 또 의지할 곳 없이 힘이 들고, 외로운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댈 곳이 돼 주며, 그들에게 피해를 준 범죄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곧 범죄 수사이고, 공소유지인 것이다.

필자는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무서운 곳으로만 여겼던 검찰청을 오히려 자신을 도와주는 곳으로 생각을 변화시켜 가고, 작은 위로를 받는 것이 기쁘다. 그리고 그렇게 일반 선량한 시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이 필자의 직업인 것에 감사한다.

물론 검찰청이, 그리고 필자가 신이 아닌 이상,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피해를 구제할 수는 없다. 피해 구제를 바라고 고소한 수많은 고소사건 중 약 18%만이 기소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물론 대한민국의 검찰은 최선을 다해 선량한 피해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대신하여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를 수사하며, 공소를 유지할 것이다.

피해자 대신 범죄자들에게는 ‘검찰권’을 행사할 것이고 그것이 상처받은 피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