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의 열애 … 인도 대표하는 ‘러브 스토리’
2013년 01월 14일(월) 00:00 가가
3부 인도편 ② 라다크리슈나
사랑의 신 ‘크리슈나’와 여자 목동 ‘라다’
숲 속 피리 선율에 빠져 운명적인 만남
고통 나누고 저주 물리치며 ‘영원한 사랑’
사랑의 신 ‘크리슈나’와 여자 목동 ‘라다’
숲 속 피리 선율에 빠져 운명적인 만남
고통 나누고 저주 물리치며 ‘영원한 사랑’
수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130여㎞ 떨어진 브린다반은 목동 여성 라다와 크리슈나 신의 고향. 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얽혀 있는 브린다반의 최대 사원 고빈도 데오로에서 힌두교도들이 크리슈나를 찬양하며 바친 꽃 목걸이를 되돌려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인도 브린다반=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오 크리슈나님. 단 하루만 저와 몸을 바꿔주세요. 라다의 가슴에 그대가 얼마나 깊이 자리한 지 진정으로 느끼실 거에요”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설 속의 ‘청춘신화’라면 인도 전역에서 첫 손 꼽히는 ‘러브스토리’는 고삐니(Gopini·여성 목동) 라다(Radha)와 크리슈나(Krishna·男神)의 얘기다. 힌두교 신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신이 크리슈나로, 목동의 신이며 사랑의 신이기도 하다. ‘라다크리슈나’로 알려진 이 신과 인간의 초월적 사랑이야기는 신화와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그림과 노래로 표현된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브린다반(Vrindavan)은 인도 수도인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130㎞ 떨어져 있는 라다와 크리슈나의 고향으로, 이곳은 그들의 사랑을 흠모하기 위해 연일 인도 전역에서 찾아온 숭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브린다반 최대의 사원인 고빈도 데오로에서는 티베트 수행자들의 고유 수행법인 ‘오체투지’마저 볼 수 있엇다.
라다크리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크리슈나는 어느 날 고꿀(브린다반 인근 지명)의 한 연못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었다. 신비스런 선율에 90만명이나 되는 고삐니들이 숲으로 모여들었다. 음악에 취한 고삐니들은 격렬한 춤에 빠졌고, 황홀한 광경에 신들마저 감탄했다. 크리슈나는 고삐니들과 33일간이나 춤을 췄는데 이중 가장 아름다운 고삐니가 유부녀 라다였다.
신분 때문에 애정없는 결혼을 했던 라다에게 크리슈나는 첫사랑으로 다가왔다. 밤마다 크리슈나를 향한 그리움에 집을 나섰고, 크리슈나는 피리를 불어주고, 노래를 함께 하며 라다에게 사랑을 가르쳤다. 크리슈나에겐 이미 100여명이 넘는 부인이 있었지만 라다는 크리슈나의 ‘진정한 사랑’이 됐다.
라다크리슈나의 열애를 짐작할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라다와 크리슈나가 둘만 어울리자 크리슈나의 부인들은 심하게 질투했다. 하루는 라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뜨거운 우유를 주면서 크리슈나가 보낸 것이라 말했다. 라다는 숨도 쉬지 않고 들이켰다. 부인들이 집에 돌아와 보니 라다가 아닌 크리슈나가 입에 화상을 입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라다의 고통을 원치 않은 크리슈나가 대신 아픔을 감내한 것이다. 라다와 크리슈나는 이미 몸과 마음이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크리슈나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크리슈나는 부인들에게 “아무나 발을 씻은 물을 내게 가져 오거라. 그걸 내가 마시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부인들은 ‘신에게 오염된 물을 바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 고개를 저었다. 라다는 이야기를 듣고 ‘짜라남리트’(charanaamrit·발과 불로초의 힌디 합성어로 신이 발을 씻고 남은 물을 인간의 머리에 부어 축복받는 것)를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라다는 그 어떤 저주도 무섭지 않다며 발 씻은 물을 크리슈나에게 바쳤다. 크리슈나는 곧바로 회복했다. 힌두교 원로들이 둘의 사랑을 시험하기 위해 100개의 구멍이 뚫린 항아리를 라다에게 주고, 물을 길러오라고 주문하자 라다가 크리슈나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항아리의 구멍이 메워져 물을 채울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크리슈나는 근엄한 힌두교의 다른 신과 달리,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엄마에게 버터를 더 달라고 조르거나 갖은 장난을 치는 일화로도 유명한 데 이때의 파트너도 라다가 주를 이룬다. 신화 속의 관계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연인’이면서도 어릴 적엔 라다가 크리슈나의 외숙모로, 가족처럼 지낸 사이로도 묘사된다.
인도에서 디왈리(Diwali) 축제와 함께 2대 축제로 꼽히는 홀리(Holi)도 라다크리슈나의 한 에피소드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리 축제는 힌두교의 봄 행사로, 주민들은 색깔이 있는 물과 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며, 이날만은 계급·성별·지위·나이에 따른 일상적인 제약들을 무시한다.
라다크리슈나 그림을 보면 크리슈나는 검푸른 피부로, 라다는 하얀색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데, 어릴 적 크리슈나는 새엄마 야쇼나에게 “라다는 저렇게 얼굴이 하얀데 왜 난 검은색이냐”며 투정을 부렸다. 야쇼나는 아들에게 “그럼 라다의 얼굴을 네가 원하는 색으로 칠하라”고 했고, 장난꾸러기 크리슈나는 라다의 얼굴을 자신과 같은 색으로 입혔다. 크리슈나의 장난을 따라하게 된 고삐니들이 물총에 여러 색을 섞어 다른 사람 얼굴에 뿌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홀리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12세기 벵갈의 시인 자야데바(Jayadeva)는 ‘기타고빈다’(목동의 노래)로 이들의 사랑을 엮었고, 이 노래는 크리슈나 숭배사상의 근간을 이루기도 했다.
/인도 브린다반=임동률 기자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설 속의 ‘청춘신화’라면 인도 전역에서 첫 손 꼽히는 ‘러브스토리’는 고삐니(Gopini·여성 목동) 라다(Radha)와 크리슈나(Krishna·男神)의 얘기다. 힌두교 신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신이 크리슈나로, 목동의 신이며 사랑의 신이기도 하다. ‘라다크리슈나’로 알려진 이 신과 인간의 초월적 사랑이야기는 신화와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그림과 노래로 표현된다.
라다크리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크리슈나는 어느 날 고꿀(브린다반 인근 지명)의 한 연못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었다. 신비스런 선율에 90만명이나 되는 고삐니들이 숲으로 모여들었다. 음악에 취한 고삐니들은 격렬한 춤에 빠졌고, 황홀한 광경에 신들마저 감탄했다. 크리슈나는 고삐니들과 33일간이나 춤을 췄는데 이중 가장 아름다운 고삐니가 유부녀 라다였다.
어느 날 크리슈나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크리슈나는 부인들에게 “아무나 발을 씻은 물을 내게 가져 오거라. 그걸 내가 마시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부인들은 ‘신에게 오염된 물을 바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 고개를 저었다. 라다는 이야기를 듣고 ‘짜라남리트’(charanaamrit·발과 불로초의 힌디 합성어로 신이 발을 씻고 남은 물을 인간의 머리에 부어 축복받는 것)를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라다는 그 어떤 저주도 무섭지 않다며 발 씻은 물을 크리슈나에게 바쳤다. 크리슈나는 곧바로 회복했다. 힌두교 원로들이 둘의 사랑을 시험하기 위해 100개의 구멍이 뚫린 항아리를 라다에게 주고, 물을 길러오라고 주문하자 라다가 크리슈나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항아리의 구멍이 메워져 물을 채울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크리슈나는 근엄한 힌두교의 다른 신과 달리,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엄마에게 버터를 더 달라고 조르거나 갖은 장난을 치는 일화로도 유명한 데 이때의 파트너도 라다가 주를 이룬다. 신화 속의 관계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연인’이면서도 어릴 적엔 라다가 크리슈나의 외숙모로, 가족처럼 지낸 사이로도 묘사된다.
인도에서 디왈리(Diwali) 축제와 함께 2대 축제로 꼽히는 홀리(Holi)도 라다크리슈나의 한 에피소드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리 축제는 힌두교의 봄 행사로, 주민들은 색깔이 있는 물과 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며, 이날만은 계급·성별·지위·나이에 따른 일상적인 제약들을 무시한다.
라다크리슈나 그림을 보면 크리슈나는 검푸른 피부로, 라다는 하얀색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데, 어릴 적 크리슈나는 새엄마 야쇼나에게 “라다는 저렇게 얼굴이 하얀데 왜 난 검은색이냐”며 투정을 부렸다. 야쇼나는 아들에게 “그럼 라다의 얼굴을 네가 원하는 색으로 칠하라”고 했고, 장난꾸러기 크리슈나는 라다의 얼굴을 자신과 같은 색으로 입혔다. 크리슈나의 장난을 따라하게 된 고삐니들이 물총에 여러 색을 섞어 다른 사람 얼굴에 뿌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홀리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12세기 벵갈의 시인 자야데바(Jayadeva)는 ‘기타고빈다’(목동의 노래)로 이들의 사랑을 엮었고, 이 노래는 크리슈나 숭배사상의 근간을 이루기도 했다.
/인도 브린다반=임동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