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변호사회에서는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지역법원에 근무하는 법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법관에 대한 평가는 이미 서울, 부산 등 다른 지방변호사회에서 앞서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업무수행은 공정하고 적정한 방법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여기에 법관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준비기간의 부족으로 인해 참여 회원 수가 많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법관을 평가한다는 제도 자체를 처음 실시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지난 8일 발표된 법관평가는 예년에 비하여 질적, 양적으로 많이 충실해졌습니다. 우선 참여 회원 수가 대폭 증가했고 평가대상 법관과 전체 평가 현황도 큰 폭으로 증가해 출발 초기부터 있었던 객관성 담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 대상 법관들의 평정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도 소송 관계인에게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해 예단을 내비치는 경우, 한쪽 소송 관계인에게 유리한 듯 한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경우, 부당하게 증인신청을 배척하거나 재판 진행시간을 지키지 않아 재판을 지연하는 경우 등의 부적절한 사례가 지적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변호하면서 재판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재판을 통하여 이를 판단하거나 진행하는 해당 법관들을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정성과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는 제도 자체를 정비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만으로 제도 자체의 필요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현재 법원도 재판 및 사법행정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광주지역 시민을 대표하는 17명의 외부위원을 포함한 시민사법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법관의 재판을 모니터링 하여 문제점을 개선하여 나가는 등 공정하면서도 일반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재판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협회에서 법관평가를 시작하게 된 가장 중요한 취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정한 사법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법관평가를 누가 누구를 평가하느냐의 주체와 객체의 문제만으로 바라볼 것은 아닙니다. 변호사회 역시 시작된 법관평가가 내실 있게 운용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법원 스스로의 노력이나 변호사회 등 외부 단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법부는 분쟁의 최종적인 해결 처입니다. 절대 ‘권위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재판의 본질상 ‘권위’까지 추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권위는 사법부를 비롯한 저와 같은 변호사들 등 법조계에서 우선 노력해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협조나 배려 없이는 이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소송을 하거나 당하고 재판을 받습니다. 그리고 재판의 특성상 양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여 불만을 갖기보다는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았는지에 대해 우선 생각하는 성숙한 의식이 더 요구됩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글을 쓰면서 필자도 변호사회에서 실시하는 법관평가제도의 취지와 같이 변호사인 제 스스로 성실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명예와 품위를 보전해야 하는 변호사의 윤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해가 되길 다짐해 봅니다.